코로나 시대엔 '샤테크'…수익률 높은 명품백 [김정은의 명품이야기]

입력 2020-06-23 09:16   수정 2020-06-23 09:24

‘샤테크’. 샤넬과 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로 명품핸드백을 사는 게 일종의 투자라는 얘기다. 에르메스나 샤넬, 디올, 루이비통, 구찌 등의 핸드백은 대대손손 후대에 물려주면 빈티지 수집품이 돼 오히려 가치가 상승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가치가 점점 소모되는 감가상각 이론과는 반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명품 리셀(재판매) 시장은 오히려 성황이라고 텔레그래프가 최근 보도했다. 중고명품 판매업체 핸드백클리닉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고 명품백 판매가 1년 전보다 500%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선정한 ‘코로나19 속에도 시가총액이 급증한 기업 100곳’ 중 에르메스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 불구…명품백 리셀시장 활기

싱가포르에 사는 조이 첸 씨는 최근 두 달 동안 중고 핸드백을 구입하는 데 총 5만2000달러(6300만원)를 썼다. 리셀러 3곳으로부터 에르메스의 버킨백 2개와 켈리백 2개를 구매한 것. 교육업에 종사하는 47세의 첸 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이 많아졌고 투자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명품백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리셀러 시장을 모니터링하던 중 적당한 자산(핸드백)을 찾았다”고 말했다. 조이 첸 씨의 명품핸드백 콜렉션은 17개로 늘었다.

더뉴페이퍼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샤넬과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수요도 강세를 유지하는 등 2차 명품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보도했다. 럭셔리브랜드 전문 리셀러인 위러브샤넬에스지 측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매출이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꼽히는 샤넬 빈티지 플랩백의 문의 및 구매 건수는 5배 늘었다.

온라인리셀러 업체인 더콜렉터스를 운영하는 세렌 림 대표는 지난 4월에만 중고핸드백 20개를 팔았다. 평소 한 달 매출보다 30% 증가한 것이다. 지난 2월부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림 대표는 “명품브랜드의 클래식 라인은 디자인이 변함없는 데다 매년 판매가가 오르기 때문에 중고제품을 찾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면서 “빈티지 라인의 경우 희소성이 있어 리셀제품의 인기가 식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리셀 명품시장의 가격 방어에 한 몫 한다. 리셀 명품이 많이 나오는 일본에서의 공급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리셀업계가 급성장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한정적이고 희소성 높은 제품이 2차 시장을 통해 거래되면서 일종의 재테크 형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셀은 이제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은 올해 세계 리셀시장 규모를 약 400억달러(약 48조원)로 추정한다. 에르메스와 샤넬을 주로 리셀러하는 BJ럭셔리의 총책임자 제나 라타는 “고급 자동차와 다이아몬드 보석과 달리 샤넬과 에르메스 가방은 자산으로서 감가상각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압도적으로 높은 명품핸드백

주요 명품업체들은 관례처럼 일제히 매년 핸드백 가격을 인상한다. 샤넬은 얼마 전 핸드백 중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클래식백과 보이백, 가브리엘백의 가격을 17% 올렸다. 매년 봄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사람들은 가격 인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핸드백 가격의 평가절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그래서 ‘샤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샤넬 대변인은 “코로나19 위기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서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면서 “전세계적으로 가격을 똑같이 조정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샤넬의 클래식백 가격은 1955년 처음 출시됐을 때 154파운드(23만원)였지만, 1990년대에는 810파운드(122만원)로 뛰었고, 현재는 가장 작은 모델이 2610파운드(394만원)다. 핸드백을 이미 보유했거나 언젠가 팔려고 한다면 좋은 소식인 셈이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뷔통을 중심으로 핸드백 시장은 최근 급성장했다. 2004∼2016년 명품핸드백 가격은 연 평균 8%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13% 급등했다. 이는 예술품(5.2%), 우표(6.4%), 진귀한 위스키(5.0%), 고급포도주(0.7%), 보석(-6.7%) 등 다른 수집 자산의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샬롯 슈태르크 핸드백클리닉 공동창업자는 “영국에서 자산투자 수익률이 5%라면 평균을 한참 상회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핸드백은 수익률 명단에서 첫 번째”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런던증시의 FTSE지수와 금의 수익률은 각각 39%였는데, 버킨백 가격은 같은 기간 108% 뛰었다. 중고 명품핸드백 가격은 신상품의 가격, 색깔이나 구조물의 희귀성, 영화나 텔레비전 쇼에 비치는 등 뉴스거리가 되는지 등에 따라 조정된다.

만듦새와 접근성 등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에르메스는 1년에 버킨백을 1만2000개만 만든다. 버킨백 판매는 전용 고객들에게만 한다. ‘부자들도 못 사는 핸드백’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는 버킨백의 중고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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