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흘러넘치는 색의 선율…핑크와 블루로 풀어낸 내면

입력 2020-06-24 16:51   수정 2020-06-25 03:42

알록달록한 색띠(컬러밴드)가 화면에 물결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리본이나 길게 잘라놓은 색종이 같은 컬러밴드가 가로로 혹은 세로로 중첩되면서 유쾌한 ‘색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서울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리고 있는 하태임 작가(47)의 개인전 ‘UN PASSAGE’에 전시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 하 작가는 컬러밴드를 담은 평면 작업 연작 15점을 걸었다. 그는 컬러밴드 연작에 ‘UN PASSAGE(통로·사진)’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서양화가 하인두(1930~1989)의 딸이다. 어머니(류민자)는 동양화가, 동생(하태범)은 조각가로 활동 중인 미술가 집안이다. 하 작가는 16세 때 아버지를 잃고 홀로 프랑스 유학을 떠나 디종국립미술학교,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해 홍익대 회화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프랑스 유학 시절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한 그는 여기서 컬러밴드 탄생의 아이디어를 포착했다. 소통의 기본 도구인 문자와 부호 등을 화면에 그려넣고 그 위에 곡선의 색띠를 덧칠하다 점차 언어와 문자가 아니라 색띠와 같은 순수한 시각 요소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색과 색이 만나는 시각적 구조에 주목해 색띠 이외의 모든 요소를 배제한 것이 컬러밴드 연작의 특징이다. 작가의 사고와 정서를 감각적으로 구현해낸 통로가 컬러밴드라는 얘기다. 그는 “각각의 화면에는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처럼 색의 선율이 흘러넘친다”며 “색은 개인의 역사와 관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블루와 핑크를 새로운 내면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그에게 블루는 꿈과 이상을 향한 호기심이자 미지의 장소를 여행할 때 느끼는 그리움의 색이다. 핑크는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버리고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화해와 너그러움의 색이다.

화면에 구현된 크고 작은 곡선은 작가의 움직임을 반영한 선이다. 이건용 화백의 신체 드로잉처럼 하 작가는 몸을 축으로 삼아 컴퍼스 다리처럼 팔을 움직여 색띠를 그려낸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색상의 크고 작은 곡선들은 율동적이면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손길이 그대로 드러나는 붓질의 궤적과 그로부터 흘러내린 물감의 흔적, 투명한 광택과 다양한 색의 조합이 신선한 색의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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