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된 자판기…'바로 마시는 커피'의 만물상 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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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25 14:35   수정 2020-06-25 15:09

추억이 된 자판기…'바로 마시는 커피'의 만물상 된 편의점


'미국에 별다방이 있다면, 한국엔 길다방이 있었다.'

1980년~1990년대 커피 좀 마셔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하철, 회사 복도, 길거리, 대학교 곳곳에 있던 커피 자판기 얘기다.

커피 자판기는 1977년 롯데산업이 일본 샤프의 자판기를 400대 구입한 게 시초였다. 목 좋은 곳에서는 하루 1000잔 넘게 팔리는 곳도 있었다. 한번 커피를 충전하면 600잔까지만 나올 수 있어 자판기 내용물을 관리하는 '자판기 관리인'도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전국에 10만 개 이상 있었다.

100~300원짜리 동전 하나 넣고 버튼 누르면 30~40초 안에 만들어져 나오는 커피 자판기. '빨리빨리'를 외치는 성격 급한 한국인들을 겨냥한 최적의 카페라고도 했다.

"자판기에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빨간 불'이 채 꺼지기 전에 문을 열어 종이컵을 이미 잡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100% 한국인'"이라는 농담도 있었다. 그 자판기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자판기를 추억 속 아이템으로 만든 건 편의점이다. 이젠 자판기 속 커피가 만들어지는 시간만큼도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바로 따서 마시는 컵, 캔, 페트 커피 등이 150종이 넘는다.

국내 최초의 편의점은 1982년 등장했다. 서울 약수동에 롯데세븐(세븐일레븐의 전신)이 세워졌다.

4년 뒤인 1986년 첫 캔커피가 세상에 나왔다. 이름은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 일본에서 한참 캔커피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였다.

동서는 국내에서도 냉장고 보급율이 증가가면서 국내 캔커피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맥심 커피믹스의 달달한 맛에 이미 익숙했던 사람들은 캔커피로도 비슷한 맛을 내는 이 제품에 열광했다.

캔커피에서 시작한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컵, 페트 등으로 진화했다.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합쳐 업계는 RTD(Ready to Drink)라고 부른다.

○캔→컵→페트로 무섭게 성장

맥스웰이 캔 커피 시장을 연 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레쓰비, T.O.P 등이 경쟁했다. 1997년엔 캔커피의 막강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컵 용기에 빨대를 붙인 냉장 컵커피다.

매일유업이 200mL짜리 ‘카페라떼마일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열었다. 이어 동서식품이 스타벅스와 협업해 내놓은 병 모양의 커피 제품, 파우치 형태의 액상 커피까지 나왔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등 카페 전문점들도 컵커피 제품을 내놓고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페트병 커피는 요즘 편의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커피다. 2015년 빙그레가 페트병 커피로 ‘아카페라’를 처음 내놨고, 이후 롯데가 콘트라베이스, 콜롬비아나 마스터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후엔 ‘용량 경쟁’도 하고 있다. 커피 전문기업 쟈뎅은 2년 전 1L 페트병에 넣은 ‘쟈뎅 아메리카노’를 내놓은 게 시작이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시거나, 나들이 시즌에 여러 명과 나눠먹는 수요를 겨냥했다”는 게 출시 배경이다. 편의점엔 곧 2L 페트 커피도 나올 전망이다.

당대 잘 나가는 남성 배우들은 커피 CF 모델로 활약했다. 모델층을 보면 커피업계가 겨냥해온 RTD 커피 수요층을 알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안성기, 한석규, 이병헌 등의 배우들이 인기였다. 2000년대는 이정재, 장동건, 배용준, 박해일 등이 커피모델로 활약했다. 2010년부터는 티오피 광고모델로 출연한 원빈을 비롯해 조인성 등이 간판이 됐다. 최근엔 매일유업 RTD 커피 제품 CF 모델로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발탁돼 큰 화제가 됐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깔끔한 셔츠 차림에 우아하게 커피를 즐기는 남성 모델이 강세였다.

○1+1, 2+1, 편의점 PB 노려라

최대 150종까지 진열된 편의점 RTD 커피에서 1등은 누굴까. 컵 커피의 원조, 매일유업의 '바리스타룰스'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에서 모두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다. 올 상반기에도 편의점 냉장 컵커피 매출 중 45%를 바리스타룰스가 차지했다. CU에서도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바리스타룰스가 부동의 1위다.

바리스타룰스 이름으로 나오는 커피 종류는 10종. 최근엔 컵커피 중 최초로 디카페인을 내놓고 선두의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바리스타룰스의 1위 비결은 매일유업의 유가공 기술력과 자체 로스팅하는 커피 원료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바리스타룰스가 편의점 매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개당 2000~3000원에 달하는 RTD 커피를현명하게 구매하는 법도 있다. 1+1, 2+1의 묶음상품이나 편의점 PB제품을 노리는 것. 커피 제품은 편의점에서 카드사 행사나 덤 행사가 가장 많은 품목이다. 첫 출시되는 신제품들은 1+1, 2+1 행사를 주로 한다.

편의점 PB(자체상품)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주요 커피 제조사와 협업해 만들기 때문에 품질은 높으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마트24는 아예 대용량 페트 커피에 도전해 500mL짜리 민생쓴커피, 민생단커피를 내놓기도 했다. 시중 브랜드의 같은 용량 제품 중 가장 싼 1200원이다. 사무실에 갖다놓고 종이컵에 조금씩 따라마시기 편리하다.

GS25는 대만흑당음료 전문점 ‘타이거슈가’와 협업해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CU는 콜드브루 커피 원액을 주력으로 대용량 페트 커피를 내놨다. 아이스컵을 하나 구매해 따라 마시면 전문점 수준의 콜드브루 커피가 된다.

이름을 재미있게 달거나 특이한 디자인으로 손길이 가는 PB 제품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제품 제목을 ‘주문하신 컵커피’라고 지었다.
기자가 편의점 4사 제품을 섭렵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세븐일레븐 투명컵 커피'다. 투명한 용기를 사용해 먹고 남은 양이 얼마인지 알 수 있어 편리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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