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이듦에 대하여

입력 2020-06-25 17:30   수정 2020-06-26 00:04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근래 들어 더 실감이 난다. 6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내 평생에 어찌 그리 많은 일이 빠르게 스치듯 흘러갔는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덕분에 나이가 드는 것을 잊고 살 수 있었고, 아직은 앞니에 금이 가고 백내장이 생기는 정도 외에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육체적으로는 점점 약해질 일만 남았지만, 앞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살려고 노력할 일이리라.

우리 세대는 이른바 압축성장 시대에 젊은 시절을 지냈다. 자연스레 개인도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체험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나 자신도 운 좋게 큰 어려움 없이 노년을 맞이하고 있으니, 그 혜택을 충분히 받은 셈이다. 이제는 나이를 감안해서 남들을 도와주고 섬기는 자세로 가정과 지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앞으로 시대를 주도해 나갈 젊은 세대를 도와주고 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물질적으로는 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고 윗세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음은 분명하다. 더 많은 정보에 접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어려움 또한 그들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때로는 사회적 역할의 선임자로서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경우에도 젊은 세대를 폭넓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뒤에서 응원함에 그칠 일이지, 원하지도 않는데 함부로 나서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름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낯 뜨거운 일, 밝히기 부끄러운 실수도 종종 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사람 사이, 기업 사이, 이익단체 사이의 시시비비를 다뤄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는 남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또 업무를 이유로 미뤄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우선순위를 정해 시도해보고 싶다. 젊은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을 미뤄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제부턴 더 미루면 그 기회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이건 나이 듦에 대한 조바심이라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 욕구를 살피고 행동하는 용기라고 보고 싶다. 거기다 옛 친구, 먼 친척 등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다시 돌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동안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흘려보냈다면, 이제는 내가 시도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찬찬히 즐겨 보리라.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산을 오를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오면서 비로소 발견할 수만 있다면 나이 듦의 혜택을 넉넉히 받는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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