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금융지주사 각축전된 네오플럭스 인수전…독립계 VC들은 '긴장'

입력 2020-06-26 15:21   수정 2020-06-26 17:12

≪이 기사는 06월25일(13: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벤처캐피탈(VC) 네오플럭스의 유력 후보로 꼽힌 호반건설이 네오플럭스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등 건설사가 후보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인수 의지가 강한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등 금융지주사의 입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탄탄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대형 금융지주사가 벤처투자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모기업 없이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독립계 VC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호반 이탈...신한 등 금융지주사 각축전

25일 호반건설은 "네오플럭스에 대한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로 연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두산 그룹이 지난 달 네오플럭스 매각에 착수한 이후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했지만 가격에 대한 인식차 등에 이견으로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그룹은 매각주관사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 작업을 맡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신한을 비롯해 하나금융지주의 VC계열사인 하나벤처스 등 4~5곳 원매자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6년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하며 VC업계에 진출했다. 2019년엔 초기 기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호반건설은 업계 15위권으로 운용자산(AUM)이 8800억원에 달하는 네오플럭스 인수를 통해 단번에 업계 상위권 VC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매각 작업 초반 500억~600억원 수준까지 거론됐던 네오플럭스의 가격이 최근 700억~800억원대로 높아지면서 호반을 비롯한 다수의 원매자들이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처음부터 네오플럭스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며 "공식적인 입찰 절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상 VC의 가치평가는 순자산에 기반을 두고 이뤄진다. 네오플럭스의 순자산은 작년 말 기준 604억원 수준이다. 통상 보유 포트폴리오의 추정 가치와 핵심 운용 인력의 가치를 감안해 프리미엄이 더해지기에 업계선 네오플럭스의 매각가를 약 7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운용사 별 양극화 심화될 것"...독립계 VC들 '긴장'

호반건설이 이탈하면서 네오플럭스 인수전은 주요 대형 금융지주사의 각축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아직까지 VC 계열사가 없는 신한이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 조용병 회장의 강력한 의지 속에 네오플럭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VC가 없는 곳은 신한과 우리 뿐이다.

신한으로선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를 새롭게 설립해 운용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네오플럭스를 인수할 경우 한번에 1조원 가까운 운용자산과 업계 내 네트워크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VC계열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벤처스도 네오플럭스에 대한 인수 검토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2018년 CVC인 하나벤처스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벤처투자에 나섰다. 작년 말엔 300억원이던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증자하며 단번에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 최상위권 VC 다음 가는 자본금을 갖췄다. 하나벤처스 역시 네오플럭스 인수를 통해 단번에 상위권 VC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이 인수 메리트(장점)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VC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독립계 VC들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어느 곳이 최종 인수자가 되든 과거 주요 출자자(LP) 역할에 그쳤던 금융지주사들이 이젠 직접 '선수'로 뛰는 상황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든든한 모기업의 자금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독립계 VC들은 대부분 모태펀드, 국민연금, 한국성장금융 등 공적 자금과 은행, 캐피탈 등 금융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 펀드를 결성해 자금을 운용해왔다. 자금력이 부족하다보니 상장(IPO)를 통해 자본력을 확충해나가는 것도 독립계 VC의 특징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등이 대표적인 독립계 VC로 꼽힌다.

결국 금융지주사들의 VC업계 진출은 독립계 VC의 펀딩 및 투자 환경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독립계 대형 VC 관계자는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금융지주사들의 CVC 확대는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운용사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VC의 주식시장 저평가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상장 매력도 떨어져 독립계들로선 더욱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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