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일당 처벌해도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는 계속된다 [승재현의 사이다]

입력 2020-06-26 15:19   수정 2020-06-26 15:21



"지금까지 왜곡된 성가치관을 형성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저의 과거가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공범이자 별도의 성착취 범행으로 기소된 전직 공무원이 23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선처를 구했다.

검찰청에 따르면 ‘박사방 조직’은 조주빈을 중심으로 총 38명의 조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총 74명의 청소년 및 성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범죄집단’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12월 13일 국제연합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에 가입했다. 이 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해 2013년 4월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를 개정하였다. 종래 법 규정으로는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했지만 위험성이 큰 ‘범죄집단’을 조직 한 경우 처벌할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해 ‘범죄단체’ 뿐만 아니라 이에 이르지 못한 ‘범죄집단’을 조직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범죄집단’조직죄로 처벌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①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②다수인의 결합체가 ③일정한 체계와 구조를 가지는 집단조직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다만 ‘범죄단체’와 달리 ‘계속성’과 ‘지휘·통솔체계’는 필요 없다. 인천지방법원 2019노360판결에 나와 있다.



조주빈을 중심으로 한 ‘박사방’ 집단은 성착취물 공유가 목적이 아니었다. 미성년자 이용 성착취물 제작·유포를 통한 경제적 이익 취득이 주된 목적이었다. 또한 집단 구성원들은 각자 역할이 주어져 있었다. 피해자를 물색·유인하는 역할, 자금조달 역할, 오프라인에서 직접 성착취를 하는 역할, 성착취 영상물을 조직적으로 게시하는 역할, 가상화폐 환전 및 인출 역할 등 각자의 몫이 분담되어 있었다. 집단이 체계와 구조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범죄집단’을 조직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의 기소는 매우 타당해 보인다.

조주빈 ‘박사방’ 사건은 미성년자의 내일을 지운 범죄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엄벌이 필요하다. 이번 기소로 인해 조주빈 일당 ‘모두’에게 형법 제114조에 따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1항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n 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의 공범인 안승진(25)의 신상도 공개됐다. 안승진은 문형욱과 함께 성착취물을 제작하기 위해 미성년자를 협박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 6월까지 아동 성착취물 1천여개를 유포하고, 관련 성착물 9천2백여개를 소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주빈 일당이 처벌받는다고 우리 주변에는 일어나는 미성년자 협박,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성착취 범죄 근절을 위해 갈 길은 멀다.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독립몰수제도’는 입법 과정에서 행방불명되어 버렸다. 그 뿐 아니다. ‘잠입수사’ 역시 여전히 말만 무성하다.

검찰에서 밝혔지만 이들 집단의 목적은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경제이익 박탈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오프라인 범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가장 깊은 곳인 ‘다크웹’에서는 일어나는 범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 속에 들어가야 한다. 잠입해서 보지 않는 이상 어떤 종류의 범죄가,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낳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호수에 있는 식인 어류 종, 마리 수, 피해 정도는 호수 밖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하고 호수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범죄는 날이 갈수록 지능화·첨단화되고 있다. 수사방법도 이에 맞추어 변해야 한다. 언제까지 아날로그 시대 수사방법을 고수할 것인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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