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모르는 김두관 의원의 현실 인식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0-06-28 11:02   수정 2020-06-28 13:44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직원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 "필기시험 합격한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월급 두 배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등의 발언으로 비판을 받자 반박성 글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정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분노를 언론의 선동 탓으로 돌리거나 비판 인사들에게 트집을 잡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교묘하게 비틀어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드는 솜씨가 조선일보를 능가한다"고 저격했습니다. 앞서 하 의원은 "현실도 너무 모르시고 특혜와 공정 구분도 못 한다"며 김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집단에 아무런 경쟁도 없이 3500만원 일자리를 독점 부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특혜"라며 "로또와 다름없는 것이고, 그래서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날 또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평균 연봉 9100만원 정도로 설계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입사하려고 토익, 컴활(컴퓨터활용능력),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끌어안고 취업재수를 마다 않는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의 목표가 이번에 인국공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대략 연봉 3500만원 정도를 받게 될 보안검색직원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 의원의 이런 발언을 두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이 가입한 카페 글만 검색해 봐도 김 의원의 이런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조건만 맞으면 되도록 많은 공기업에 지원합니다. 개개인이 최종 입사를 꿈꾸는 공기업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일단 입사 자체를 목표로 하는 취준생이 대부분입니다. 한 공기업 준비 카페에 올라온 '공기업 몇 개나 지원하냐'는 글에는 "자격 조건이 되면 다 쓴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기술직이라 직무가 한정돼 있어 메이저는 2개, 작은 곳은 3개를 쓰려고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공기업에 입사하길 바라지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스펙을 쌓으며 노력해온 청년들이 지금까지 보안검색 직무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보안검색이 하기 싫고 연봉이 낮아서가 아닙니다. 무수한 노력과 자원을 들이고 지원하기에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현재 직원 수의 두 배 넘는 보안검색 인원을 정규직으로 뽑는다고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했다면, 공기업 취준생들은 너나없이 지원했을 겁니다. 과거 보안검색직원 채용 시 자격조건에 따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무자격'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9급 공무원 경쟁률만 봐도 사정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서울시 지방직 9급 공무원 경쟁률은 일반 행정 22.5 대 1, 지방세 38.7 대 1, 사서 105 대 1을 기록했습니다. 한 달에 200만원을 채 못 버는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청년들은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청년들에게 김 의원의 말처럼 "왜 그렇게 공부하고 200만원도 못 버는데 9급 공무원을 하려고 하느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 의원은 "공사 취준생들이 합격해서 일할 분야도 아니고 자기들 몫을 빼앗는 것도 아닌데 왜 이분들의 직고용과 정규직화를 반대하느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기업의 정규직 채용인원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향후 인력 수요와 재원에 따라 결정합니다. 기재부가 이번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신규 채용을 앞으로 얼마나 늘려줄까요? 청년들은 신규 채용이 늘기는커녕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겁니다.

김 의원은 "아, 멀쩡한 사람들이 그동안 이런 식으로 당했구나, 새삼스럽게 절감하는 일요일 아침"이라며 야당 의원과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아,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집권한 민주당 의원이 사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새삼스럽게 절감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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