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펄펄 끓는 시베리아

입력 2020-06-28 18:08   수정 2020-06-29 00:09

러시아 ‘시베리아’ 하면 해가 지지 않는 여름밤 백야(白夜)와 가도 가도 눈 덮인 동토(凍土)를 떠올린다. 소변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얼어붙는다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닌, 영하 40~50도의 혹한지대다. 그런 시베리아가 여름이기는 하지만 40도에 육박하는 열토(熱土)로 변했다.

시베리아 극동지역인 야큐티아공화국 베르호얀스크 마을의 최고 기온이 지난주 38도까지 올라가며 기상 관측 시작(1885년)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맞았다. 10년 전과 비교한 지구 기온 변화를 색상(높아지면 적색, 낮아지면 청색)으로 표시한 미 항공우주국 그래픽에는 시베리아가 벌겋다 못해 적갈색으로 나와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지난겨울부터 강력해진 북극권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북극권에 가둬 냉기가 시베리아로 퍼지지 않은 데다, 이 지역에 형성된 고기압으로 뜨거운 공기가 지면에 갇히는 ‘열돔 현상’이 발생한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 탓이라는 환경주의자들의 해석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동·북유럽, 인도, 티베트, 아프리카 동·북서부는 평년 기온보다 낮고 유독 시베리아만 뜨거워졌는데, 온난화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베리아 이상고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에 이어 2018년에도 35도를 치솟는 폭염이 관측됐다. 2016년 폭염 땐 서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3만 년 이상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해 탄저병이 돌기도 했다. 시베리아에서도 폭염이 자주 발생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과학적 설명을 먼저 기다려야 한다. 더워져도 온난화, 추워져도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식의 환경근본주의에 몰입해 모든 원인을 인간 탓으로 돌리기엔 지구생태계 역사가 깊고 거대하다.

지구는 수만~수십만 년의 역사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 온난기를 교차로 맞아 왔다. 지구 자전축이 극방향으로 미세하게 끄덕이는 세차운동만으로도 기온이 크게 오르내리고 생태계 변화가 크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눈으로 뒤덮인 그린란드도 경작할 수 있을 정도로 푸른 초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시베리아에 이상고온이 발생하면 몽골지역부터 대기가 정체되고 한반도에도 폭염이 불가피해진다. 한국 역사상 가장 더웠던 2018년엔 강원 홍천이 최고 41도까지 올라 대구를 추월했다. 올해도 역대급 폭염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듯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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