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지금은 검찰이 자존심 접을 때다

입력 2020-06-29 17:54   수정 2020-06-30 00:26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지난 26일 9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 10 대 3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강행할 것인가.

이 사건은 전체적으로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 한 건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이를 둘로 나눠 ‘뇌물공여 혐의’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회계부정)’로 정리했다. 뇌물공여 혐의에 관해 이 부회장은 2017년부터 353일간 옥살이를 했고 2018년 2월 출옥했다. 지금은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뒤의 사건은 출옥 후에 비로소 수사를 시작해 1년7개월간 경영진 30여 명을 100여 차례 소환하고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피의자에 대해서는 장기간 조사를 미뤘다. 이제 뇌물공여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에서야 뒤늦게 피의자 조사를 하고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4~5년씩 수사를 끌어 기업인의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그러니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회계부정 사건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한 해석문제로 범죄 성립 여부가 문제다. 사실 인정보다는 법리적 판단이 문제된다. 적어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거인멸 사건을 기소할 때 그 전제가 되는 회계문제가 법리상 범죄가 되는지를 판단하고 함께 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세를 조종해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혐의를 보자. 삼성물산이 초대형 회사의 주가를 어떻게 조작하나. 이 문제는 호주 광산사업 포기와 관련이 있다. 만약 광산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했더라면 더 큰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이 비율은 강행규정인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계산한 것이다. 법에 따라 계산한 비율로 합병했는데도 처벌받는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합병하겠다고 나서겠는가. 합병비율은 합병무효의 소 등을 통해 구제될 수 있는 민사문제다. 자본시장법상 합병비율 문제로 기소되거나 형사처벌 받은 전례가 없다.

회계부정 문제도 그렇다. 미국회사인 바이오젠이 지분 15%,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를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의 회계처리 시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로 한 것을 문제 삼는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승인한 건이다. 지분 85%를 가진 회사를 먼 관계회사로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분식회계일 것이다. 2011년에 무리하게 도입된 IFRS에 대한 무지가 빚은 촌극이다.

국제적 문제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딜레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최대 80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과 국민연금이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연금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 뇌물공여죄 기소와 판결은 도대체 뭔가. 이 부회장이 이런저런 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문제 삼는 모양인데, 올라오는 보고서를 받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인지하고 실행을 지시한 것으로 몰아간다면 세상의 모든 윗사람은 거의 다 범죄자가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 검찰은 살아있는 거대 권력과 금권에 대해 좌고우면할 것 없이 수사해 왔다고 본다. 그것이 한국 검찰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이다. 그런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크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의 경우 자존심을 버리는 편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심의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변호사 등 법률가도 여럿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히 전문적 판단이 내려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도 스스로 만든 제도를 걷어찬다면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我執)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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