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스마트스터디·직방·와디즈…성공한 스타트업들, 후배 키우는 VC로 등판

입력 2020-06-29 16:47   수정 2020-07-01 17:12

후배 스타트업을 키우는 선배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은 무신사를 비롯해 스마트스터디, 직방, 와디즈 등 덩치 큰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을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이들이 세운 VC는 재무적 이익보다 모기업과의 전략적 시너지를 노린다는 점에서 다른 곳들과 차이가 있다. 후배 스타트업에 투자해 패션, 콘텐츠, 부동산 등 각 사업 생태계를 주도할 연합군을 구성한다는 목표다.


모기업과의 전략적 시너지 목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18년 설립한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다. 무신사의 성장을 위해선 입점 기업의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커버낫’ 브랜드로 유명한 배럴즈를 비롯해 앤더슨벨, 더네이쳐홀딩스 등이 무신사파트너스가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무신사파트너스는 지난 2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로 등록했다. 자본금도 지난달 2억원에서 22억원으로 확충했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끌어와 본격적인 투자 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서승완 무신사파트너스 부사장은 “재무, 회계, 인사 등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상어 가족’ 등 핑크퐁 콘텐츠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도 지난해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해 콘텐츠 연합군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100억원대 투자를 집행했다. 아이돌봄 앱을 운영하는 째깍악어의 투자(시리즈 A)에도 참여했다. 스마트스터디가 콘텐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이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최근 제주도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하는 라이드플럭스에 투자금을 넣었다.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는 “향후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핑크퐁과 함께하는 자율주행 여행’ 등 전략적 협업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와디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와디즈벤처스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가능성을 보인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고령식 전문기업 사랑과선행 등 15개 스타트업에 자금을 넣었다.

직방은 창업투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올 2월 '프롭테크워터링펀드'를 결성하고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인테리어 물류 기업 하우저, 베트남 프롭테크 스타트업 프롭지 등에 투자했다.

“투자받는 입장에서도 매력적”

그동안 스타트업이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흔했다. VC를 세우는 것은 이를 통한 투자가 비교적 유연한 방식이라는 판단에서다. 스마트스터디 관계자는 “지분을 직접 가져가면 상대방 기업이 모회사의 조직문화와 계열회사 관리 범위에 편입될 수 있다”며 “경영진의 안목이 중요한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선 VC를 통한 투자로 각 회사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게 좋다고 봤다”고 말했다. 투자금을 모으는 데도 VC를 설립하는 것이 유리하다. 모태펀드 등 정부 정책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서다.

투자받는 기업으로서도 선배 스타트업의 투자는 매력적이다. 서 부사장은 “각 사업 영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VC가 투자하고, 때로는 조언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들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투자사 모기업이 쌓아온 생태계를 성장에 활용할 수도 있다. 와디즈벤처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모빌리티(이동수단) 스타트업 코액터스는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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