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사기범에겐 너무 관대한 법

입력 2020-06-30 17:29   수정 2020-07-01 00:35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한 불공정거래 사건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논란이 되고 있다.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띄워 부당이득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도 벌금은 수억원에 그치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부당이득 산정 기준이 법규상 명확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수백억원 챙겨도 벌금 수억원

지난 26일 무자본 M&A로 코스닥시장 상장사 나노캠텍을 인수한 뒤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허위사업 계획을 유포해 주가를 높여 부당이득 98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식담보 대출 사실 등을 허위 공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공시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검찰 주장대로 이들이 98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허위사실 유포만으로 주가가 올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부정거래로 취득한 부당이득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부과는 없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189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회삿돈 186억원을 횡령하고 허위공시로 투자자를 속인 혐의를 받는 지투하이소닉 임원도 지난 3월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금융·증권범죄를 주로 다루는 서울남부지검이 2016~2019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802명 중 부당이득 산정이 불가능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87명이다.

부당이득 산정 못해 처벌 어려워

무자본 M&A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차입금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회삿돈 횡령이나 주가 조작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약하다. 부당이득 산정 규모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워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부당이득 산정 방법에 관한 조항은 빠져 있다. 부당이득을 얻으면 1년 이상 징역이나 부당이익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만 있다. 부당이익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이때 부당이득 산정이 어려우면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친다. 벌칙은 있으나 부당이득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관한 규정은 없어 처벌이 미약한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는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만큼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쉽지 않다”며 “사법부는 더 까다롭게 인과관계를 따지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처벌이 미미한 만큼 반복 범행도 많다. 지난해 금감원에 적발된 위법행위를 저지른 무자본 M&A 추정 기업 24곳 중 6곳은 재범이었다.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됐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이 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양길성/이인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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