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입력 2020-07-03 16:42   수정 2020-07-04 01:39

‘묻지 마세요’는 세월 위에 걸쳐지는 나이라는 숫자를 놓고 뒤돌아보는 노래다. 이 노래가 발표되기 2년여 전에 오승근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러 인기를 얻었다. 이애란의 ‘100세 인생’도 궤를 같이하는 노래다. 노랫말은 인생 서사인데 가락은 절규처럼 울린다. 세월은 시간의 강물이다. 그 강물에 뜬 돛단배 하나가 우리네 인생이다. 누가 인생을, 역사를 되돌릴 수 있으랴. 그러니 지나간 무상한 세월, 나이를 묻지 말지어다.

‘묻지 마세요 물어보지 마세요/내 나이 묻지 마세요/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여기까지 왔는데 앞만 보고 왔는데/지나간 세월에 서러운 눈물/서산 넘어가는 청춘 너 가는 줄 몰랐구나/세월아 가지를 말어라.’(가사 일부)

인생은 이별의 종착역을 향해 흘러가는 배다. 누가 예외일 수 있으랴. 사람들은 살아낸 자신의 뒤안길을 운명으로 여긴다. 운명(運命)이란 단어를 풀어보면, 차(車)가 덮개(·덮을 멱)를 덮고 천천히 굴러간다(·천천히 굴러갈 착)는 의미다. 숙명(宿命)은 어떤가. 구멍(穴·구멍 혈) 속에 사람(人·사람 인) 100(百)명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꼼짝도 못한다는 뜻. 한마디로 꼼짝 마라다. 운명과 숙명을 합치면 신명(神命)이다. 그러니 사람인 내가 사람인 너에게 물어볼 일이 무엇일까. 대답은 물어보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이별시와도 감흥의 줄이 닿는다. 본 이름이 김병연(1807~1863, 양주 태생)인 그는 강원 영월에 피신해 살던 중 백일장에서 장원(壯元)을 했다. 이때 시제가 ‘논정가산충절사 탄김익순죄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 정가산의 충절을 논하고 김익순의 죄를 하늘이 울 만큼 서설하라는 것이었다. 일필휘지의 답설(答說)로 장원을 한 뒤 귀가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김익순(1764~1812)이 조부임을 알게 된다. 이후 조상을 모독한 죄책감으로 35년여 세월을 유랑하다가 전남 화순 동복에서 객사했다. 그가 대동강 근처를 지날 때 우연히 정을 나눈 죽향(竹香)이라는 여인네와의 이별시는 인생무상의 감흥을 더한다. 앞의 것이 여인네의 시, 뒤에 있는 게 김삿갓의 답시다.

‘대동강에서 정든 임과 이별하는데/천만가닥 수양버들 잡아매지 못하네/눈물 어린 눈으로 눈물 머금은 눈을 바라보니/임도 애가 타는지 나도 애가 타서 견딜 수 없네.’

‘푸른 새는 강물 속을 드나들며 정답게 노닐고/난간에서 바라본 맑게 갠 경치는 너무도 아름답구나/멀리 임 보내는 시름은 북쪽 산에 어리고/멀리 떠나간 길에 오직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네.’

김성환은 1950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한 가수 겸 배우다. 그의 부인은 배우 이순재(1935~, 함북 회령 태생)와 먼 인척이다. 그가 군 복무를 마치고 결혼하겠다고 갔는데 탤런트라면서 TV에 나오지도 않느냐고 꼬집더란다. 또 장인어른이 이순재처럼 될 수 있느냐고 질문해서 “네~” 하고 설득해 결혼에 골인했단다. 1970년 TBC 동양방송 공채에 합격해 전통드라마 ‘아씨’로 탤런트 데뷔한 그는 1998년 유행가 ‘인생’을 발표했다. 이후 2014년 부른 노래가 이 곡 ‘묻지 마세요’다. 흘러가는 청춘, 나이도 고향도 물어보지 말지어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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