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출신 현대차 부사장, 구글 출신 삼성 상무…S급 인재 영입 나선 대기업들

입력 2020-07-04 07:53   수정 2020-10-01 00:03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연구원(현대자동차), 모바일 게임업체 일본법인 대표(SK텔레콤), 미국 헬스케어기업 수석부사장(삼성전자).

국내 주요 기업이 지난해 이후 영입한 대표적인 ‘S(Special)급’ 임원들이다. 출신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미래 먹거리로 삼고 집중 육성 중인 4차 산업(지식 집약적 산업) 전문가란 것이다. 그룹 총수나 대표(CEO)급이 직접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시스템반도체(Semiconductor), 플랫폼(Platform), 연구자(Research), 공학(Engineering),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 ‘S·P·R·E·A·D’ 사업 관련 약점을 메워줄 S급 인재를 영입하며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 IBM 출신 영입해 디지털전환 맡겨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LG화학 등 5대 그룹 핵심 계열사가 최근 1년 새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은 50여명에 달한다. 5대 그룹은 공통적으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관련 S급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DX는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전통적인 운영방식,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DX전략 조직을 만드는 등 역량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SDS가 AI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연구기관 MIT(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 링컨연구소 출신 권영준 상무(AI연구센터 AI연구팀장), 구글 매니저 출신 백동훈 상무(클라우드기술담당)가 대표적인 영입 임원이다. 이 회사의 송해구 IT혁신사업부 디지털공급망관리(SCM)팀 전무도 AI 기반 SCM 컨설팅업체 o9솔루션즈에서 부사장를 역임했던 전문가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한국사무소 부파트너를 거쳐 LG전자에서 DX전략을 담당하는 조정범 상무도 디지털 경영 핵심 인재로 꼽힌다. 박진용 전 IBM 인공지능 데이터플랫폼 컨설팅팀 리더는 LG화학 DX담당 상무로 작년말 합류했다.

삼성은 시스템반도체 인재 폭풍 영입
개별 그룹별로도 미래 먹거리로 꼽은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S급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모바일기기와 헬스케어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수석부사장 출신 양태종씨를 무선개발실 전문위원(전무급)으로 지난 2월 영입했다. 양 위원 합류 이후 삼성전자는 스마트와치 혈압측정앱 등을 출시하며 시너지를 내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무선 차세대플랫폼센터에서 블록체인사업을 담당하는 윤웅아 전문위원(상무급)은 IBM 개발자 출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은 미래사업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S급 인재 영입이 활발하다. 반도체 설계 툴(소프트웨어) 전문 업체 시놉시스 출신 김상윤 연구위원(파운드리플랫폼개발), 미국 퀄컴 경력의 임건 연구위원(반도체연구소 로직TD실)이 좋은 사례다. 가전 제품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는 선행개발팀장으로 세계 1위 캡슐형 커피머신 전문업체 큐리그(keurig)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 마크 최 연구위원(전무급)을 선임했다.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에 외부 출신 전무급 임원이 영입된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 확대를 위해 인재를 계속 영입 중이다. 작년 9월부터 ‘플라잉카(날아다니는 차)’ 연구를 총괄 지휘하는 신재원 UAM사업부장(부사장)은 미국 나사 연구본부장 출신이다. 모빌리티사업실장은 컨설팅업체 롤렌드버거 출신 정헌택 상무가 맡고 있다. 서비스플랫폼도 현대차의 관심사로 꼽힌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최근 영입한 정운철 모빌리티서비스플랫폼개발실장(상무)과 온라인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 출신 김일환 상무(데이터플랫폼팀장), KT에서 건너온 권오륭 상무(플랫폼사업전략실장)가 이를 반영한 영입 인사다.
경쟁사 최고위급 영입한 LG화학
LG그룹에선 LG화학이 적극적으로 고위급 인재를 끌어오고 있다. 롯데BP화학 대표 겸 BP(British Petrol)코리아 대표 맡았던 허성우 부사장을 최근 영입, 석유화학 글로벌사업추진담당을 맡겼다. 자동차용 복합수지 업체 헨켈코리아 대표, OCI 전략마케팅 부사장 등을 맡았던 김유석씨는 현재 자동차소재사업부장(전무)으로 일하고 있다. SK그룹에선 최근 SK텔레콤 클라우드게임사업담당으로 영입된 조재유 전 라인게임즈 일본법인 대표가 눈에 띄는 영입인재다.

전통적으로 대기업 경력임원 사관학교 역할을 했던 컨설팅업체나 IB(투자은행), 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인기도 여전하다. 외교부 출신 윤영조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상무,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일했던 현종도 롯데정보통신 컨설팅부문 상무보, 메릴린치에서 일했던 이의섭 현대모비스 IR담당 상무, 정성국 기아차 IR담당 상무(전 골드만삭스 이사) 등이 2019년 이후 대기업 계열사에서 합류했다.

경쟁사 간 이동도 눈에 띈다. 통신기술 전문가 장문석 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 LG전자에 소프트웨어센터장으로 합류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출신 정태인 전문위원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애플 출신 김용관 전문위원과 인텔에서 일했던 박철민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S급 인재 영입의 숨은 공신은 총수나 대표이사(CEO) 등 최고위 임원들이다. 이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가리지 않고 ‘인재가 있는 곳’이면 달려가 러브콜을 보낸다는 게 산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2018년 3M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일했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CEO) 영입에 고(故) 구본무 회장 등이 직접 공을 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재영입 전담팀 운용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S급 인재를 영입할까. 미국 실리콘밸리엔 삼성의 선행기술 연구개발(R&D) 핵심 기지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있다. 이곳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을 놓고 24시간 씨름하는 천재 과학·공학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S급 인재들을 SRA로 불러 들이기 위해 미국 서부 주요 대학과 연구소를 도는 ‘인재영입 전담팀’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SRA 인사팀은 1년 내내 현장을 돌며 ‘될 성 부른 떡잎’을 찾고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S급 인재 영입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거액 연봉과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브랜드를 내세워도 구글, 아마존, 애플, 인텔 등과의 영입 경쟁에서 이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산업계에선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총수들이 직접 뛰거나 전담팀을 운용하며 인재 영입에 수 년 동안 공들이는 이유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 고위 관계자들은 매년 두 세 차례씩 해외에서 열리는 ‘리쿠르트’ 행사에 직접 뛰어들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미국에서 개최하고 있는 ‘테크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전략과 차세대 방향성 등을 발표하는 자리지만 공식행사 이후엔 인재영입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작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테크포럼 2019’엔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과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참석해 현지 인재들을 직접 만났다.

LG는 삼성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LG는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G테크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총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LG의 공식적인 ‘미래기술 인재’ 영입 행사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참석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구광모 회장 역시 취임 이후 첫 출장으로 이 행사를 선택했다. 40여개 테이블을 직접 돌며 대학원생들에게 ‘LG 입사’를 권유했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각 지에 퍼져 있는 계열사를 통해 석·박사 인력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현대차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이 좋은 사례다. AI 핵심인재 영입을 위해 AI 연구성과가 뛰어난 유명 대학원과 산학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고위급 인재 영입을 위해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 역시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전문인력 채용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저지주와 캘리포닝나주에서 열린 ‘2019 SK 글로벌 포럼’이 좋은 사례다. 반도체 바이오 등 분야 핵심 인재들을 초청해 최신 기술등을 논의하는 이 행사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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