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 시늉만 한 '35조 슈퍼 추경'…올해만 나랏빚 111조 급증

입력 2020-07-03 23:25   수정 2020-07-04 10:40


국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거의 정부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빠진 채 더불어민주당이 단 5일 만에 ‘찔끔 삭감’으로 심사를 마무리한 결과다. 통합당은 “최악의 졸속 추경 심사”라고 비판했다.
○1조5000억원 삭감, 증액 1조3000억원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어 35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을 찬성 179표, 반대 1표, 기권 7표로 통과시켰다. 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고, 정의당 의원들은 기권표를 던졌다. 강민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심사를 통해 35조3000억원 규모인 정부 원안에서 2042억원을 순감액했다. 1조5110억원을 감액하고, 1조3067억원을 증액했다.

이번에 확정된 추경 규모는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2009년 추경(28조4000억원)보다 약 7조원 많은 규모다. 내역별로는 경기침체로 줄어들 세금 수입을 보충해주는 세입 경정이 11조4000억원,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이 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이 10조원, 내수·수출 활성화와 한국판 뉴딜 등 경기보강 패키지가 10조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안 대비 고용·사회안전망 예산이 6000억원 늘었고, 경기보강 패키지는 9000억원 줄었다.

사업별로는 희망근로사업 1개월치(-3000억원), 가전제품 고효율화 사업(-1500억원), 신재생에너지 사업(-1000억원) 등이 감액됐다. 실직자에게 단기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사업은 정부 추경안이 지난달 4일 국회에 제출된 뒤 심사가 지체되면서 사업 기간도 축소된 점이 반영됐다. 가전제품 고효율화 사업은 관련 제품이 대부분 대기업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특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삭감됐다. 부실 편성 논란이 많았던 한국판 뉴딜 사업과 일자리 사업 등은 거의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사업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있어 큰 폭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5조1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30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대학등록금 반환 지원 사업은 1000억원 증액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1학기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학생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는 예산이다. 기재부는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알아서 해야 할 사안”이라며 예산 지원을 반대했지만 국회와 교육부 등의 압박에 밀렸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노사정 합의정신 존중 명목으로 5168억원 증액됐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근로자 휴직을 시행하면 휴업수당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사업이다. 청년 역세권 전세임대 융자 사업은 1900억원, 중기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1480억원 늘어났다.
○통합당 “졸속 추경”
통합당은 ‘졸속 심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배 의원은 이날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입법부가 견제와 균형의 본분을 망각한 채 행정부의 거수기, 대통령의 하명 처리 기구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출신 통합당 재선 의원 3인방인 류성걸·추경호·송언석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추경 사업의 상당수는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사업 목적도 불분명하다”며 “2025년까지 추진해야 하는 장기 사업인 ‘그린뉴딜 사업’까지 추경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원 구성 강행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통합당은 이번 추경 심사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통합당은 추경안 처리를 1주일가량 연기하면 심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이 이날 처리를 고집하면서 무산됐다.
○與 일각 “4차 추경하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가채무비율 60%까지는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채무비율은 이번 3차 추경 편성으로 현행 41.4%에서 43.5%로 높아질 전망이다. 재원 조달을 위해 적자국채를 약 24조원 규모로 발행해야 해 나랏빚이 올 한 해만 111조원 늘어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4차 추경 편성을 요구한다면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전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민준/고은이/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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