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드러난 미국의 흑백 소득 격차

입력 2020-07-06 09:00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 이야기입니다. ‘Black Lives Matter(BLM: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시위가 미국은 물론 유럽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는 BLM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해서 해방구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 사태는 올 11월 미국 대선에 상당한 이슈가 될 것이고 앞으로 미국 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이지만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분노가 연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BLM 시위는 2013년에 이미 시작되었는데요. 시위대의 요구 사항이 책자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찰이 흑인을 차별하지 말라가 가장 앞에 나오지만 그 뒤로는 대부분 경제적인 요구입니다. 백인의 차별과 착취 때문에 흑인의 처지가 가난하니까 그에 대한 보상을 해라. 모든 흑인에게 소득과 주거, 의료 교육을 보장하라. 이런 내용이 있고요. 재산의 공유화, 자유무역협정의 폐기 같은 것까지 요구 사항에 들어 있습니다.
백인에 비해 흑인 소득은 58%, 재산은 6%에 그쳐
오늘은 미국 내 흑백 경제적 격차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2018년 현재 미국 백인의 1인당 소득은 4만2700달러, 흑인의 평균 소득은 2만4700달러입니다. 흑인 소득이 백인 소득의 58%에 불과하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합니다.

재산 격차는 엄청난데요. 비즈니스 인사이더 자료에 따르면 백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10만2000달러인 데 반해 흑인 가구의 평균 재산은 6000달러, 백인의 6%에 불과합니다. 미국 흑인은 재산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통계청인 센서스 뷰로가 2015년 인종별 소득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백인 소득이 3만2000달러이고 미국 흑인이 2만달러였습니다. 중남미계, 즉 히스패닉은 1만7000달러로 흑인보다도 낮습니다. 그런데요, 놀랍게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3만4000달러로 백인보다 소득이 더 높습니다. 아시안 중에서는 인도계가 5만5000달러로 가장 높고요. 한국계는 3만1000달러로 백인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같은 흑인인데도 에티오피아계의 소득은 4만3000달러입니다. 백인보다도 훨씬 더 높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흑인이 차별을 받아 소득이 낮은 거라고 단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시아계의 높은 소득은 높은 학력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합니다. 실제 아시아계는 학력이 높습니다.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자 비율에서 아시아계는 56.5%로 모든 인종 중 가장 높습니다. 흑인은 25.2%, 백인은 35.2%입니다.
학력보다는 생산성이 소득 격차에 더 큰 영향
하지만 학력과 소득의 관계는 인종에 따라 상당히 다릅니다. 같은 대졸자라도 아시아계와 흑인의 임금 차이는 엄청납니다. 백인 남자가 시간당 32달러인데 아시아계 남자는 35달러입니다. 반면 흑인은 25달러, 히스패닉은 26달러입니다. 동일한 학력이라도 흑인에 비해 아시아계는 40%, 백인은 28%만큼 임금이 높습니다. 저는 이것이 각 인종의 생산성, 또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보면서 아프리카 현상이 떠올랐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왜 가난한가.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학교를 지어주고 교육을 시켜주자’ 하면서 아프리카 나라들에 많은 교육 지원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월드뱅크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이스털리가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1960년에서 1985년 사이 아프리카 나라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4% 이상이었는데요. 경제성장률은 0.5%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교육자본 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치는데, 경제는 4%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교육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미국 흑인들도 교육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LM 시위대가 요구하는 재산의 분배나 교육, 의료에 대한 지원 등이 늘어난다고 해도 흑인의 소득과 재산 격차가 크게 줄어들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치스트레스 고조…내전으로 번질까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2010년에 유명과학잡지 ‘네이처’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00명 이상이 참가한 미국내 시위사태를 분석해서 정치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을 개발했고 그것으로 미국의 정치현상을 설명한 것인데요. 이 지수는 1840년부터 폭발적으로 높아졌는데 결국 1861년에 남북전쟁이 터졌습니다. 2000년부터 또 다시 이 지수가 급격히 높아져왔는데 터친 교수는 2020년경 커다란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10년 후인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기폭제로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터친 교수는 이 정치 스트레스가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을 했습니다.

글쎄요. 우연히 맞은 예측인지 아니면 정말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만 미국에서 흑백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정호 < 서강대 겸임교수 >
NIE 포인트
① 미국의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 흑인뿐 아니라 백인의 61%가 지지 의사를 밝힌 이유는 왜일까.

② 한 사람의 소득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인종, 학력, 그 사람의 노동생산성이 미치는 영향력은 각각 어느 정도일까.

③ 한국 사회에서도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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