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규제 강화됐지만…전세값 올라 현금부자만 신났다

입력 2020-07-05 15:24   수정 2020-07-05 15:26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62)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전세를 낀 아파트 매물을 알아보고 있다. 최근 전세금이 많이 올라가고 있어서다. 중개업소에서도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이 60%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매매와 전세를 동시에 진행하라고 권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엔 대출이 안 나와 전셋값으로 부족한 자금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전세 낀 거래를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씨는 “당분간 전세를 놓고 추후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증여할 예정”이라며 “아들이 결혼할 시기가 되면 강남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를 것 같아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17 부동산대책’으로 갭투자 규제가 강화됐지만 현금 부자 사이에선 되레 갭투자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을 옥좼다. 하지만 굳이 대출받지 않아도 되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오히려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승 중인 전셋값이 대책 이후 더 폭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들의 갭투자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

서울 곳곳에서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 이른바 ‘갭’이 줄어들고 있다. 강남에 있는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외의 강남 지역에서 현금 부자들의 갭투자 문의가 몰리고 있다. 강남에서 전세 공급이 막히면서 값이 폭등하고 있어서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 전세 호가는 최근 13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12억원 선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도 안돼 1억5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지난달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13억원까지 났지만 최근 들어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갭이 10억원대로 줄었다.

역삼동 래미안 아파트 역시 같은 면적의 전세 매물이 최대 11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10억원 초반대였던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급등했다. 인근 Y공인 대표는 “지난달엔 갭이 10억원 이상이었지만 최근엔 8억~8억5000만원가량으로 축소됐다”며 “전셋값 오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 갭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잇단 정부 규제에 전세 수요만 늘면서 매매가격 상승세보다 전셋값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올 2분기 들어 하락세가 멈췄다. 서울은 지난 5월 54.8%로 4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월간 단위로 서울 전세가율이 상승한 건 2016년 6월 이후 47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전세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당분간 전세가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가가 급등하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 갭투자가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현금 부자나 지방 큰손들에게서 갭투자를 문의하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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