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모펀드는 어떻게 돌연변이가 됐나

입력 2020-07-05 18:07   수정 2020-07-06 00:07

오래전 어느 날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어느 개체에서인가 둔부 비대증이라는 변이가 일어났다. 엉덩이 근육으로 유인원은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다. 이후 손을 쓰고, 뇌는 커졌다. 우리들의 조상이 됐다. 자연에 적응하며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필수적 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유익한 변이는 드물다.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변이는 도태된다. 사고로 다친 새의 날개는 유전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자본시장 돌아가는 것을 보며 문득 진화론을 떠올렸다. 진화의 두 가지 조건은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다.
공모펀드는 도태되는 중
우선 공모펀드의 침체. 자연선택에 가까워 보이는 현상이다. 자본시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펀드매니저들에게 근본적 변신을 강요하는 두 가지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만난 듯하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매니저뿐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는 변화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는 대체로 적응에 실패하고 있다. 생존의 조건인 ‘수익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그럴 거면 왜 수수료 내고 돈을 맡기냐”며 등을 돌리고 있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펀드매니저들은 100년간 쓰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리서치 인력의 지원을 받아 기업을 탐방하고, 오래된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해 투자한다는 얘기다. 적응을 멈춘 대가는 도태다. 공모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연일 터지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은 돌연변이를 연상케 한다. 금융산업에서 돌연변이는 규제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완화건 강화건 금융회사들의 생존 공식을 급속히 바꿔놓기 때문이다. 펀드시장의 변이는 2014년 발생했다.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억원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고, 10억원만 있으면 사모펀드 운용사를 세울 수 있게 됐다. 펀드시장의 변인이었다. 우르르 시장으로 몰려갔다. 수백 개 사모펀드 업체가 생겨났다. 돈을 굴릴 실력이 있는지는 그다음 문제였다. 일단 펀드를 내놓고 봤다. 그렇게 펀드는 1만 개가 넘었다. 자금은 물밀 듯 들어왔다. 사모펀드 자산은 40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 구도를 통째로 바꾼 돌연변이였다.
'이익 극대화 욕구' 이해해야
처음엔 긍정적이었다.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시장의 기능을 확대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투자자들은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도 모르고 돈을 맡겼다. 판매사는 실적을 위해 안전하다며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대량으로’ 팔았다. 수탁사(펀드 재산을 관리·평가하는 곳)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약한 고리를 일부 사악한 운용사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라임에 이은 옵티머스 젠투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진화의 설계자 역할을 한다. 당국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필요하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정책 설계 프로세스’다. 자연의 진화와 달리 변이(규제)에 의한 시장의 진화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참여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어도 큰 실패는 막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거나, 허술하게 한 결과는 혹독하다. 부동산정책, 금융정책 모두 마찬가지다.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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