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詩 쓰는 크라운해태…"일하면서 떠오른 감성 글로 옮기죠"

입력 2020-07-06 15:19   수정 2020-07-06 15:31


식품기업 크라운해태제과에 입사하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은 매월 한 차례씩 공지되는 주제어에 맞춰 창작시를 제출한다. 이렇게 최근 2년간 모인 작품이 4000여편. 이 가운데 우수작 223편을 선정해 시집을 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달 24일 창작시집 ?바람이 세운 돌?을 출간했다.

인문학 교양을 중시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 2011년 시를 지어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10년간 차곡차곡 쌓인 작품을 모아 시집을 냈다. 이번에 낸 ?바람이 세운 돌?은 7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엔 직원들이 생산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돌보며 겪은 희노애락 등이 담겼다. 크라운해태의 인기 과자 ‘죠리퐁’을 ‘동글동글 장난스럽고 귀여운 아이’에 비유한 시 등이다. 시집 감수를 맡은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시인)는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직원들이 행간에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집에 가장 많은 시가 실린 직원은 김태형 물류운영팀 차장(사진 왼쪽)과 김민아 마케팅부 과장이다. 각각 4편의 시가 실렸다. 두 사람 모두 입사 10년차로 앞서 출간한 여섯 권의 시집에도 빠지지 않고 시를 올렸다.

김 차장은 과자 제품의 물류를 관리한다. 현장 근무 중에 문득 떠오르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틈틈히 스마트폰으로 기록했다가 시로 옮겼다. 김 차장은 “네 살배기 딸과 주말에 함께 놀며 느꼈던 마음을 담아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시를 쓴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시엔 딸과 소꿉놀이를 하는 아버지의 감성이 녹아있다. 그는 “시를 쓰는데 필요한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며 “시집에 적힌 아빠 이름을 보며 신기해하는 딸의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입사 후 10년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프로 마케터’다. 과자 신제품에 어울리는 이름을 짓는 일을 한다. 실제로 시를 떠올리다 제품 이름을 짓기도 했다. 감자스낵 ‘어썸’, 초콜릿 ‘디샤’ 등이다. 디샤는 스페인어로 행운을 뜻한다. 그는 “시상를 떠올리는 과정이 과자에 이름을 붙이고 제품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며 “앞으로도 일하다 떠오른 시상을 토대로 많은 시를 지을 것” 고 말했다.

김 과장이 이번 시집에 올린 대표 작품은 ‘아이스크림’이다. ‘뜨거운 태양 속 달콤하게 흘러내리는 차가운 눈물’이란 비유와 ‘녹아 더러워진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주지 않고 달콤한 한 입’이란 표현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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