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조단위 해외 대체투자 속도내는 국민연금

입력 2020-07-06 14:11  

≪이 기사는 07월03일(07: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조단위 대형 해외 대체투자건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제한되며 출장과 실사가 막힌 상황이지만 지난 해보다 투자폭이 늘었다. 자체 인력에만 기대기보다 현지의 글로벌 운용사나 연기금과의 '동맹'을 통해 투자건을 발굴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체투자 규모 올들어 5조 6000억원 증가...작년의 2배 속도

지난 달 29일 국민연금은 아시아 지역 부동산 투자를 위해 글로벌 금융사인 알리안츠그룹과 23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조인트벤처(JV) 펀드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부문에만 736억유로(약 99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는 알리안츠와 함께 펀드를 운용함으로써 호주,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우량 투자건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지난 5월엔 네덜란드공적연금(APG)과 컨소시엄을 꾸려 포르투갈 최대 고속도록 운영업체인 브리사의 지분 81%를 30억유로(약 4조원)에 인수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달 국민연금은 미국의 부동산 운용사 하인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원 메디슨 애비뉴 빌딩 재개발 프로젝트의 지분 49.5%를 약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행보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89조9150억원으로 작년 말(84조2950억원)에 비해 5조6000억원 가량 늘었다. 그마저도 최근 이뤄진 알리안츠와의 JV펀드, 브리사 등 조단위 대규모 투자건을 제외한 수치다. 2019년 한 해 대체투자 순증가규모가 약 7조6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 속도가 두 배를 넘어선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그 중에서도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전략적으로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2020년 말 대체투자 비중 목표는 13%다. 작년 말(11.4%)에 비해 1.6%포인트가 높은 수치로, 국민연금은 올해 연말까지 대체투자 규모를 100조원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은 국내보다는 해외 자산의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 1분기 말 기준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4조8000억원으로 작년 말과 차이가 없었다. 올해 들어 이뤄진 대체투자 규모의 증가가 대부분 해외 대체투자에서 비롯된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출자자들과 운용사들이 국내 자산으로 눈길을 돌린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행보는 국내 기관 중에서도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기관 '동맹' 통해 딜소싱 인프라 구축

국민연금의 빠른 해외 대체투자 확대는 그간 추진해온 글로벌 연기금 및 운용사와의 협력체계 구축이 뒷받침이 됐다. 알리안츠와의 JV펀드, 브리사, 원 메디슨 에비뉴 프로젝트 모두 글로벌 투자기관들과의 공동투자(co-investment)를 통해 이뤄졌다. 국내 기관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해외 투자에 있어서의 정보 및 전문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현지 투자에 해박한 유수의 기관들과의 전략적 동맹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평소 해외 대체투자의 어려움을 수차례 공식 석상에서 호소해왔던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는 2018년 10월 취임 이후 5차례의 해외 출장길에서 해외 대체투자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투자기관들과 접촉해왔다. 통상 국민연금이 자금을 맡긴 위탁운용사 중심의 출장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캐나다연금 투자위원회(CPPIB),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PP), 테마섹, GIC, 일본우정, APG 등 다양한 해외 연기금 및 국부펀드와 만나 공동투자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같은 행보엔 "국민연금이 세계 3대 연기금이라지만 해외 시장에선 우리 힘만으로는 좋은 딜을 발굴하기 힘들다"는 안 본부장의 문제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딜을 발굴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지금역량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거두기 힘들다"며 "글로벌 기관와의 파트너쉽으로 다양한 딜소싱 창구를 마련하고 공동투자 경험을 통해 투자 역량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 외에도 지난해 대체투자 역량 강화를 위해 대체투자실(국내 투자)과 해외대체실로 나뉘어져 있던 기금운용본부 내 대체투자 조직을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사모투자실 등 자산군별로 개편했다. 올해 초엔 국내·해외로 나뉘어 있던 각 실 아래 팀 조직도 아시아팀, 미주팀, 유럽팀으로 재편했다. 건당 규모가 5000만달러(약 600억원) 이하로 작거나 공동투자건일 경우 소위원회를 따로 열어 빠르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최근의 변화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로 수준의 저금리 상황인데 투자해야 하는 여유 자금은 늘고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요구되는 수익률은 늘고 있다"며 "건당 규모는 크고 수익성이 높은 해외 대체자산으로 투자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현재 기금 현실에서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대체투자는 남보다 더 많은 딜을 접하고 그 중에서 고르는 것만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여준다"며 "글로벌 연기금에 견줄만한 해외 투자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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