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새로운 시도

입력 2020-07-07 17:22   수정 2020-07-08 00:58

“꼭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악성(樂聖) 베토벤(1770~1827)은 생전 마지막으로 작곡한 ‘현악4중주 16번’ 4악장 악보에 이렇게 적었다. 아끼던 조카 카를이 자살을 시도한 데다 지병까지 악화돼 우울해하던 시기였지만 작품의 선율은 밝고 간결하다. 후대 음악인들은 베토벤이 적은 이 글귀를 희망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올해 17회를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주제를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로 정했다.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7일 유튜브를 활용해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이 남긴 문구는 한 가지 의미로만 해석할 순 없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해 올해 음악제의 주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과 뮤직텐트 등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을 주제로 극복과 승리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먼저 베토벤 교향곡 1~9번 전곡을 들려준다. 이 중 1번은 리스트가 편곡한 피아노 독주곡으로, 2번은 피아노 3중주 편곡, 4번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4중주 편곡 버전으로 연주하고, 나머지 곡들은 관현악으로 들려준다. 관현악 연주는 주로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위해 결성한 교향악단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가 한다. 단원 구성에 대해 손 감독은 “한국인 가족이 있어 한국이 ‘제2의 고향’인 외국인 연주자들과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로 교향악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PFO는 독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종신 단원인 이지혜(바이올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종신 악장인 박지윤(바이올린), 핀란드방송 교향악단 종신 수석인 함경(오보에) 등 27명으로 구성됐다.

PFO는 25일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과 함께 교향곡 6번 ‘전원’, 다음달 8일 폐막 무대에서는 정치용 코리아심포니 음악감독과 5번 ‘운명’을 연주한다. 8일 공연에는 손 감독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손 감독은 “1808년 베토벤이 생전 직접 지휘봉을 잡아 여섯 시간 동안 펼친 연주회에서 영감을 받아 폐막 공연을 구성했다”며 “당시 연주한 곡 중 대표곡을 골라 관객에게 들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새로운 시도들도 눈길을 끈다. 먼저 자동차극장, 조각공원 등 강원 명소에서 연주하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열린다. 손 감독은 29일 강릉 자동차극장에서 열리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한다. 관객들은 자동차 안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27일에는 삼척 비치조각공원에서 함경, 김한(클라리넷), 손정범(피아노)이 3중주단을 꾸려 얀 칼리보다의 ‘살롱용 모음곡’, 아밀카레 폰키엘리의 ‘카프리치오’ 등을 들려준다.

실내 공연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좌석 앞뒤 한 칸씩 띄어 앉는 ‘객석 간 거리두기’를 적용한다. 공연장이 붐비지 않도록 예매 가능한 좌석 수를 작년의 3분의 1로 줄였다. 음악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공연 횟수를 제한하는 ‘공연 간 거리두기’도 시행한다. 평소 음악제 기간 매일 2회씩 하던 공연을 주말에 1회 여는 식이다. 무대에서는 연주자들끼리 1.5m 이상 띄어 앉는 ‘무대 간 거리두기’를 한다.

손 감독은 “연주자들끼리 동선이 겹치지 않게 대기실도 없앴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우려를 감안해 연주자와 관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축제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심 끝에 여는 축제인 만큼 베토벤의 정신을 모든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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