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제재의 역설…'중국판 나스닥' 키웠다

입력 2020-07-07 17:12   수정 2020-07-08 02:34

중국 첨단기술 기업들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 덕분에 커촹반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 2위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떠올랐다. 커촹반은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설치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7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들은 커촹반에서 모두 69억6000만달러(약 8조3150억원)를 조달했다. IPO 규모로 보면 같은 기간 155억달러를 기록한 나스닥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커촹반의 활황과 더불어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증시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상하이종합지수는 5.71%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0.37% 상승한 3345.34에 마감했다. 2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시장에선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인민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조만간 3500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도 커촹반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는 이달 안에 커촹반 2차 상장을 마무리해 최대 530억위안(약 9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캠브리콘테크놀로지도 이달 커촹반에서 25억8200만위안 규모의 IPO를 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레노버, 중국과학원 등이 투자한 캠브리콘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신경망 전용 칩을 상용화해 주목받았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AI 칩도 공급하고 있다.

커촹반은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패권 경쟁으로까지 확산하던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하이테크 기업의 핵심 기술 개발과 혁신을 촉진하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 채널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지 7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커촹반은 적자 기업이더라도 사업성과 기술력이 뛰어나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상장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커촹반의 성공적인 안착에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중국 기술 기업들은 상장 규정이 비교적 덜 까다로운 나스닥을 IPO 장소로 택했지만, 최근 나스닥이 중국 기업을 겨냥해 기준 강화를 예고하면서 커촹반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스닥은 외국 기업이 IPO를 하려면 최소 2500만달러를 조달하거나 상장 후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 상원도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IPO 시장으로 나스닥 대신 커촹반을 선택하는 중국 기업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커촹반이 미·중 무역전쟁에 맞서는 중국의 새로운 방패가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규제를 피해 미국 증시를 떠나는 중국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카카오톡)를 운영하는 중국 포털기업 시나닷컴은 나스닥에서 상장 철회 작업을 시작했다. 차오궈웨이 시나닷컴 회장은 나스닥에서 거래 중인 시나닷컴 주식을 주당 41달러에 모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월가에서는 시나닷컴이 자진 상장폐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 네 곳이 상장을 철회해 비상장 기업으로 바뀌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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