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홍콩달러 페그제 무력화까지 검토

입력 2020-07-08 10:10   수정 2020-10-02 00:01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달러 페그(연동)제 약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홍콩달러 환율을 달러 당 7.75~7.85홍콩달러에 고정시키는 페그제가 불안정해지면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페그제 폐지는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응하는 미국의 카드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위 보좌진 일부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홍콩달러의 달러 페그제를 약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화 수단으로는 홍콩 은행들의 달러 매입에 한도를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홍콩에는 중앙은행이 없으며 금융관리국(HKMA)이 감독 기능과 함께 통화정책 결정 등 중앙은행 역할도 한다. 홍콩달러는 HSBC, 중국은행(Bank of China), 스탠더드차터드 등 시중은행이 발권한다. 이 은행들이 홍콩달러를 발행하려면 발행 규모에 상응하는 달러를 HKMA에 지급해야 한다. 미국이 이 은행들의 달러 구매량을 제한하면 발권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페그제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

백악관에선 홍콩달러 페그제 약화를 포함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다양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은 영국이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기 5년 전인 1992년 미국-홍콩 정책법을 제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홍콩에 중국과는 다른 다양한 권리와 특혜를 보장해 왔다. 무역에선 미국과 거래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관세율(최혜국 대우)을 적용하고, 미국의 민감한 첨단 기술·지식을 적용한 제품 교역도 허가했다.

업무·관광·교육 등 영주 목적이 아닌 경우 상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양국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투자협정도 맺었다. 양국 통화의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한 덕분에 홍콩 정부는 페그제를 유지해왔다.

페그제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들은 언제든 환손실 없이 홍콩달러와 달러를 환전해 왔다.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홍콩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강력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페그제 약화 방안은 홍콩보안법을 지지한 은행들을 제재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는 지난달 홍콩보안법 공개 지지 성명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HSBC를 향해 "중국 정부에 머리를 조아려봤자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그제 약화 또는 폐지는 중국이 지난 5월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제재 수단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홍콩 정부는 페그제가 미국의 허가를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며, 독자적으로도 페그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6월 현재 외환보유액은 4400억달러(약 527조원)로 페그제를 방어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인민은행과의 통화 스왑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다만 페그제 약화 아이디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고 전했다. 페그제가 사라지면 중국보다 홍콩 은행과 미국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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