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의 후폭풍이 정부의 비정규직 고용 정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평등권 침해 논란까지 생겨났다. 본사 직고용이 예정된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들은 탈락자 없는 전원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 청원글은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 22일 비정규직 97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데 대한 반대 의견을 담고 있다. 청원인은 “이곳에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은 물론 현직자는 무슨 죄냐”며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한국도로공사 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많은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졌다”며 “아르바이트처럼 기간제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기존 정규직과 같은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인천공항공사 사태가 평등권 침해 행위인지 조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민단체 사법시헙준비생모임이 지난달 25일 인천공항공사 사태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직접 고용되는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 간 고용 차별행위가 존재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모임 측은 “무리한 정규직 전환 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정규직 채용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이 겪는 상실감과 박탈감이 크다”고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은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을 때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뒤부터다.
불공정 논란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각 공기업 노동조합은 파업과 시위를 통해 직접 고용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얻어내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 5월엔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478명이 7개월간 농성을 벌인 끝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기보다 결과적 평등을 추구하는 프레임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부 국정과제여도 적용 후 국민의 반발이 크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최다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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