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문 대통령이 루스벨트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

입력 2020-07-08 17:53   수정 2020-07-09 00:21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FDR) 미국 제32대 대통령의 별명은 한때 ‘닥터 뉴딜(Dr. New Deal)’이었다. 그는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이다. 루스벨트의 대표적 치적 중 하나는 대공황으로 나락에 빠진 미국을 건져올린 ‘뉴딜 정책’이다. 국내엔 후버댐으로 유명한 테네시강유역개발사업(TVA)이 뉴딜의 간판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뉴딜은 경제·사회·노동의 기본 틀을 바꿔놓은 대변혁이었다. 빈곤층, 실업자 등 소위 ‘잊혀진 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사회보장법, 예금자보호법 등이 뉴딜을 통해 도입됐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닥터 승전(Dr. Win the War)’이란 별칭을 얻기 전까지 닥터 뉴딜은 루스벨트가 가장 좋아한 애칭이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루스벨트의 뉴딜이 9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으로 소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을 맞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아젠다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다. 당초 청와대 참모진 일부는 ‘뉴딜’이라는 표현이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들어 명칭 사용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현실 정치인으로 루스벨트를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복지 시스템과 그 기준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극렬한 대결 방식이 아니라 국가를 통합하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잊혀진 듯하던 뉴딜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국정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국무회의 난상토론까지 거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축으로 삼는 얼개도 잡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취지를 설명하며 “한 축은 노동자 권익을 신장하고 복지제도를 도입하면서 또 다른 한 축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아직 한국판 뉴딜이 어떤 것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뉴딜 성공에는 당시의 경제 상황 못지않게 루스벨트의 탁월한 소통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었음에도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야당 대표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노변담화’는 1933년 뱅크런을 막기 위한 긴급은행구조법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처음 시작했다. 12년간 재임 기간 동안 연 기자회견이 총 945회에 달할 정도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소통에 공을 들였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의 저자 도리스 컨스 굿윈 전 하버드대 교수는 “국민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진실하고 완전한 보고를 받는다면 대체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루스벨트의 신념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3일 한국판 뉴딜의 방향을 설명하는 첫 국민보고를 할 예정이다. 지난 2개월여간 검토해 온 정책을 직접 설명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한국판 뉴딜을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겠다는 게 현 정부의 포부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계와 야당을 만나 설명하는 적극적인 소통의 자리를 고민해볼 때다.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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