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강화' 해외 참고했다는 정부…사례 발췌는 '악마의 편집'

입력 2020-07-08 17:26   수정 2020-07-09 01:03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세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해외 사례를 잇따라 언급하고 있지만 일부만 입맛에 맞게 인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일부 세율이 높은 국가나 부동산 가격 상승 때 세금 부담을 높인 사례만 제시하면서 정작 한국과 세금 체계가 다르거나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경우 등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세제 강화를 위한 ‘끼워 맞추기식 해외 사례 차용’이라는 지적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국토 정책 브리프’를 통해 해외의 부동산 대책을 소개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스웨덴, 네덜란드 등 각국의 부동산 관련 세제를 조사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 자료를 토대로 “해외 사례를 보면 재산세에 다주택자와 실거주자에 따라 세율을 차등하는 나라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재산세 강화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취득세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세율이 한국보다 낮거나 세제 이외의 대책으로 집값 안정화를 꾀한 사례는 잘 언급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 조세 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주택 거래 단계에서 거래세, 보유 단계에서 재산세와 임대소득세, 매매 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 시 세제를 통해 개입하지 않는다. 거래세는 대부분의 주에서 0.5% 이하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1년 이상만 보유해도 자본이득세율을 낮춰준다. 4월 보고서에서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와 함께 가장 먼저 조사됐던 미국의 사례는 지난달부터 발간되고 있는 국가별 집중리포트에선 제외됐다.

영국은 거래세에 해당하는 등록세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삼지만 상황에 따라 아예 부과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영국 1주택자는 12만5000파운드(약 1억8000만원) 이하 주택 구매 시 취득세율이 0%다. 1주택자도 최소 1%의 취득세를 내야 하는 한국에 비해 부담이 적다. 영국의 보유세로 꼽히는 카운슬세는 보유가 아니라 거주에 따른 세금이기 때문에 재산세 또는 종합부동산세 등 한국의 보유세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싱가포르를 거론하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취득세를 대폭 인상할 것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양도세를 완화해 주는 방식으로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 기회를 늘려준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세제 혜택보다는 공급 증가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켰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이 아니라 공급 확대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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