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파산 줄잇는데 나스닥 또 신기록…美경제 '위험한 엇박자'

입력 2020-07-09 17:24   수정 2020-10-07 00:02


미국 경제와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대인 하루 6만 명을 넘은 8일(현지시간)에도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뜨겁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술주가 시장을 이끄는 측면도 있지만, 실물경제와 증시가 따로 노는 “위험한 불장난”이란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에 휘청이는 기업들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 파산과 감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 3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날 미국 내 인력의 45%에 달하는 3만6000명의 직원에게 오는 10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갈 수 있다고 통보했다. 통지를 받은 직원은 승무원 1만5000명, 고객서비스 담당 1만1000명, 정비인력 5500명, 파일럿 2250명 등이다. 항공수요 급감에 따른 고육책이다. 유나이티드항공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감원은) 회사의 장기 이익 보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1818년 문을 연 202년 전통의 의류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와 48년 역사의 미 주방업체 설라테이블은 이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앞서 미국의 명품 백화점 니먼마커스, 의류업체 제이크루그룹, 백화점체인 JC페니, 미국 최대 셰일업체 체서피크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 전역에 1478개 매장을 둔 생활용품업체 베드배스비욘드는 이날 코로나19로 판매가 급감했다며 “향후 2년간 약 200개 매장을 영구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제품 판매가 줄고 현금 흐름이 나빠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충격을 막기 위해 지난 3~4월 쏟아부은 총 2조8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0%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치(-5.9%)보다 2.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확진자 급증, 나스닥은 사상 최고
문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선 8일 하루 6만2751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하루 확진자가 6만 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누적 환자 수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백악관은 “코로나19가 급증하는 주는 1단계 경제활동 재개 가이드라인으로 되돌아가라”고 촉구했다.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지 말고, 술집이나 식당 내 식사와 10명 초과 모임을 제한하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미 50개 주 중 36개 주에서 확진자가 증가 추세이며 확진자가 감소 추세인 주는 없다고 보도했다.

단기간에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는데도 뉴욕증시는 상승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대형주 강세에 힘입어 이날 1.44% 오른 10,492.50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나스닥은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충격 때 기록한 최저점보다 53%나 올랐다. 대형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이날 각각 0.68%와 0.78% 상승했다.

뉴욕증시 상승은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의 합작품이다. 각 주가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고용과 소비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가 재확산하더라도 2차 봉쇄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돈풀기(양적완화)’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확진자는 급증하지만 사망자는 감소하거나 크게 늘지 않는 점도 증시 상승의 한 요인이다. WP 집계를 보면 6월 25일 하루 2500명에 육박했던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달 4~6일엔 하루 200명대로 떨어졌다. 다만 7, 8일엔 하루 900명 안팎으로 늘어나 아직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피터 카디요 스파르탄캐피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이 코로나19의 잠재적 영향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증시가 폭락할 것 같진 않지만 투자자들이 불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9일 지난주(6월 27일~7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31만4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대비 9만9000건 줄어든 것으로, 14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앞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39만 건보다도 낮은 수치다. CNBC는 “미국의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근로자들이 일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해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시장의 예측치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3월 넷째주 687만 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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