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전자현미경 세계 '빅4' 아성 흔든 엠크래프츠

입력 2020-07-09 17:31   수정 2020-07-10 02:17


나노급 입자까지 관찰이 가능해 반도체·신소재 연구개발(R&D)에 쓰이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은 세계에서 6개국만 생산할 수 있는 첨단 과학 연구장비다. 약 3000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SEM의 핵심 제작기술은 전자빔을 만드는 전자가속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주왕복선의 이온엔진, 입자가속기 등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70~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미국 FEI, 독일 자이스, 일본 히타치와 JEOL 등이 시장을 장악해온 배경이다. 기초과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한 중소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SEM을 자체 개발해 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산화 성공하며 선진국에 도전장
SEM은 전자빔을 물질에 쏴서 반사된 전자로 상을 관찰하는 방식의 현미경으로 양자역학, 전자공학, 영상공학 등 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대당 가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소재 분야에선 표면의 분자구조가 제대로 합성됐는지 3차원적으로 관찰해야 할 때 쓰이고, 반도체 회로에 이상이 없는지 관찰할 때도 활용된다.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 대기업 R&D부서와 대학 연구소는 대부분 미국, 독일, 일본 SEM을 수입해 썼다. 국내 SEM 업체도 있었지만 자체 개발 대신 ‘일본 기술’을 이전받아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진입장벽이 높은 SEM 시장은 전통적으로 기초과학 분야가 강한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런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건 KAIST 전자공학 박사 출신 전정범 엠크래프츠 사장이다. 그는 SEM업체 코셈에서 연구소장으로 SEM 국산화를 주도하다 2010년 따로 엠크래프츠라는 회사를 차렸다.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100% 국산 SEM을 한번 만들어 보자”며 대기업행(行)을 포기하고 SEM 개발에 젊음을 바쳤다.

엠크래프츠는 ‘전자현미경(Electron Microscope) 장인의 기술(crafts)’이란 의미다. 창업 초기 직원 월급을 주기도 버거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금에만 의존했던 적도 있었지만 2013년 3㎚급 SEM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시장 데뷔 무대가 된 2018년 8월 미국 볼티모어 전자현미경학회에선 세계 최초로 30만 배 분해능(확대하는 능력)을 가진 ‘테이블탑(탁상용) SEM’을 내놓으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30만배 분해능이란 탁구공 1개를 지름의 30만배 수준인 영종도 만한 크기로 관찰할 수 있는 성능을 말한다. “기존 SEM보다 작고 가벼우면서 훨씬 높은 배율이 나오는 데다 사용자 친화적이다”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수십억원 가량의 선주문이 쏟아졌다. 전 사장은 “선진국 업체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보급형 탁상용 SEM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엑슨모빌, MIT 납품…세계 1위 꿈꿔
엠크래프츠는 국내 LG전자, 쌍용양회, SK매직, 서울대, 포스텍 등에 납품한 데 이어 미국 원자력연구소, 엑슨모빌, MIT, 럿거스대, 인도 핵연구소(BARC) 등에 SEM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빅4'중 한 곳으로부터 회사 매각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전 사장은 거절했다. 엠크래프츠의 작년 매출은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80%증가했고, 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20~50%가량의 매출 성장과 10%의 영업이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SEM은 정보기술(IT), 가전, 화학, 철강, 화장품, 정유업체 등 다양한 업종에서 수요가 늘어 시장 전망이 밝다. 세계 SEM 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가량이다.

엠크래프츠가 그동안 '빅4'와 비슷한 성능에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했다면 내년부턴 ‘세상에 없던 제품’으로 세계 1위에 도전한다. 내년까지 세계 최초로 100만 배 분해능을 가진 테이블탑 SEM인 ‘알바트로스’와 세계 최경량 보급형 SEM인 ‘더큐브’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 사장은 "2025년까지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고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음극선 실험장치, 알파입자 산란장치, 중력파 검출장치 등 과학의 발전은 과학기기 개발과 함께 이뤄졌다”며 “엠크래프츠의 연구가 국내 노벨상 수상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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