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9년차 직장인' 현직 판사의 고민

입력 2020-07-09 18:06   수정 2020-07-10 03:07

스스로 ‘9년차 직장인’이라 부르는 도우람 판사가 쓴 《판결문을 낭독하겠습니다》는 법원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현직 판사의 실제 업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판사가 사건을 맡아 재판을 진행하는 현장, 판결의 결론을 도출하고 판결문을 쓰는 과정 등 판사와 재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민사재판과 형사재판 법정에서 마주하는 변호사와 검사, 당사자, 증인 등이 주장을 주고받는 방식, 판사가 증거를 들어 책임을 입증하는 절차 등도 설명한다.

저자는 현직 판사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자기 자신과 벌이는 첨예한 내적 갈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재판까지 오게 된 사건들은 모두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가치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판사는 반드시 어느 편을 들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매 순간 고민한다”고 말한다.

논란이 됐던 주요 사건들을 바탕으로 다툼을 막고 최종결론을 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도 소개한다. 판사들은 결론을 내기 위해 법 조항과 판례를 들여다보고 법리를 적용해 재판 당사자를 설득한다. 상식에 비추어 다시 생각하고 일반적 법 감정까지 고려하는 등 판결을 위한 판사의 고민은 법정을 떠나서도 계속된다고 한다. 저자는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판사들의 사유법은 재판뿐만 아니라 개인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용되며 매 순간 비판적 사고를 하도록 이끈다”고 말한다.

책은 정의와 형평에 대한 고민의 기록도 담았다. 저자는 “보수적인 법원 판결은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기존 판례를 바꾸고 인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간 사례들도 짚어낸다.

인공지능 판사 도입 문제, 평생법관제도 등 미래 법원의 모습도 논한다. 재판 청탁,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전관예우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한 고찰도 들어 있다. 그는 “판사로 일하면서 사물의 옳고 그름에 관한 내적 믿음인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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