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달러 페그(연동)제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따른 대응 조치다. 홍콩달러 환율을 달러 당 7.8홍콩달러 안팎으로 고정시키는 페그제가 불안정해지면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홍콩의 기준금리도 미국을 따라간다. 통화의 흐름은 각국의 이자율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HKMA는 감독 기능과 함께 통화정책 결정 등의 중앙은행 역할도 한다. HKMA는 달러가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소폭 높게 유지한다.
페그제를 시행하면 환율 불확실성이 사라져 교역과 자본 이동이 활성화된다. 이를 유지하려면 정부가 시장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며, 관리에 실패하면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미국이 이 은행들의 달러 구매량을 제한하면 발권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페그제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홍콩달러의 유통량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페그제를 유지하는 핵심 조건이기 때문이다.
달러 유통에 인위적인 제한을 두는 것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홍콩은 5월말 기준 4424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엔 인민은행과의 통화 스왑을 통해 3조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홍콩 정부의 주장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 건수 가운데 73%가 홍콩증시에 몰려 있다. 또 지난해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회사채 총 1659억달러 가운데 33%가 홍콩에서 발행됐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상장을 통해 조달한 642억달러(약 80조원) 가운데 홍콩증시 상장이 55%인 350억달러에 달했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한 197억달러의 1.5배에 달한다.
이같은 글로벌 금융허브의 지위도 홍콩달러 페그제가 무너지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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