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달러 페그제' 무너지나…韓, 홍콩발 위기 우려

입력 2020-07-12 18:00   수정 2020-07-13 00:33

작년 초 시위사태 이후 지속돼온 홍콩 문제가 중국이 내정간섭에 준하는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확정한 이후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자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격분한 미국이 홍콩의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홍콩은 1983년부터 달러당 7.8(밴드는 7.75~7.85)홍콩달러를 유지하는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달러 페그제란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보유한 홍콩달러를 사고파는 방법으로 밴드를 유지하는 변형된 고정환율제를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76년 킹스턴회담에서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회원국에 권하지 않는 제도다.

홍콩의 달러 페그제는 1987년 블랙 먼데이,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의 숱한 충격에도 잘 버텨왔다. 오히려 중국 반환 이후 빠르게 쇠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고 홍콩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홍콩 달러 페그제 유지의 최대 관건은 풍부한 외화와 순조로운 자금 유입이다. 홍콩의 외화보유액은 한국과 비슷한 4400억달러 내외다. 유입자금대비 유출(E/I) 비율이 1배가 넘지 않으면 달러 페그제는 유지된다. 하지만 홍콩 시위사태 이후 E/I 비율이 세 배까지 치솟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초 유럽통화위기,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등에서 경험했듯이 달러 페그제가 위협당하면 홍콩달러 약세를 겨냥한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홍콩처럼 천수답 부유 경제가 무서운 것은 달러 페그제가 무너지면 ‘자금 이탈과 경기침체 간 악순환 고리’가 쉽게 형성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다.

홍콩이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전염 효과가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금 이탈로 홍콩 자산시장이 무너지면 ‘마진 콜(증거금 부족)’이 발생해 ‘디레버리지(기존 투자 회수)’ 과정에서 투자 원천국의 자산 시장과 경기에 연쇄 파동을 주게 된다.

홍콩이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누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점도 관심사다. 국제금융시장의 최후 보루 격인 IMF는 회원국의 구제금융 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해 부도설이 나돌 정도로 재원 사정이 어렵다. 1945년 창립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국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에서 홍콩을 제외시켰다. 홍콩을 대체할 선전과 상하이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키워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야망을 달성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오히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러 페그제가 조기에 붕괴돼 미국과 단절되기를 더 바랄 수 있다.

미국은 달러 페그제가 붕괴되면 홍콩과 자유롭게 교역할 수 없게 되고 홍콩 금융시장에서 누리는 특혜도 포기해야 한다.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탈(脫)달러화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특정국의 달러 페그제 유지만을 위해 기축 통화인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홍콩 문제를 오래 끌면 달러 페그제 붕괴를 바라는 중국과 어떻게든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마찰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함에 따라 환율 조작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가는 국제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또다시 대폭 절하하고 미국도 달러 약세로 맞대응할 경우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세계 경제는 1930년대에 겪었던 대공황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홍콩 문제의 본질이자 위험성이다.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한국의 4위 수출 대상국이다. 미·중 간 마찰이 격화되는 와중에 전체 수출에서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중화경제권까지 포함하면 50%가 넘는다. 홍콩 문제와 미·중 마찰이 지속되면 한국 수출과 경기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다.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ELS(주가연계증권) 잔액은 전체 ELS 잔액의 60%를 넘을 정도로 위험 수준이다. 홍콩 H지수가 ‘8000’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구간인 ‘녹인(knock in)’에 들어간다. 홍콩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지목되는 이유다.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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