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대신 정맥센서 결제…골목 스며드는 미래 편의점

입력 2020-07-14 09:04   수정 2020-07-14 09:06




#한국인이 일주일에 평균 2~3번 방문한다는 편의점(오픈서베이 조사, 만 10~49세 남녀 800명 대상). 계산해주는 사람은 없다. 물건을 고른 사람들은 인공지능(AI)기능이 탑재된 로봇을 통해 결제하거나 그냥 들고 나간다. '띡똑~' 출구를 나온 후 10초도 안돼 결제가 완료됐다는 문자가 뜬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미래형 편의점의 모습이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無人) 편의점 점포가 늘고 있다.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비대면) 소비 흐름과 점포 운영의 효율화에 부합하는 무인 편의점이 앞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이달 초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 모델'을 지향하는 '시그니처 DDR점'을 오픈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정보기술(IT)역량과 신기술이 총 집약된 모델이 적용됐으며, 일반 거리상권에서도 안전하게 무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그니처 DDR점'은 서울 중구 수표동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사무실 내부나 주유소 등 특수상권이 아닌 일반 상권에 자리잡은 만큼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자동 운영 모드 시 고객은 '이중게이트'를 통해 2단계 입점 인증 절차를 거친다.

먼저 '출입인증단말기'에서 신용카드 핸드페이 등을 통해 인증을 거친 후 스마트 CCTV로 안면 이미지 자동 촬영을 거쳐 입장할 수 있다. 쇼핑을 마친 후에도 이중게이트에서 스마트 CCTV를 통해 이미지를 자동 촬영한 후에 나갈 수 있어 도난 방지 효과를 높였다.

자동운영시스템은 주말과 야간 시간대에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차츰 운영 시간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자가 방문한 주말 대낮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AI결제 로봇 '브니'를 통한 셀프 계산과 핸드페이 활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일부 고객들이 있었다.



매장 내 제일 눈에 띄는 점은 점포 바닥에 있는 총 54개의 '전자인식 셀'이었다. 구매를 원하는 상품의 위치를 동선으로 표시해주고 음성 서비스도 제공해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자인식 셀은 구역별 이동 및 체류시간 등 고객의 이동 데이터와 상품 구매 데이터를 실시간 빅데이터로 제공해 추후 운영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핸드페이'결제도 예상보다 편리했다. 롯데카드 앱을 통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정맥센서를 통해 손바닥을 스캔하기까지의 등록 과정은 다소 복잡했지만, 실제 사용시에는 손바닥을 올려놓자 바로 결제가 완료됐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전국에 총 22개의 시그니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맹점이 20개에 달해 성공적인 사업 모델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시그니처 매장은 향후에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라며 "보안 기술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투자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이마트24는 '셀프 계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계산대 없는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입장하기 전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앱(SSG페이·이마트24)을 실행해 QR코드를 찍고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갖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앱에 등록한 카드를 통해 구매한 물건이 자동 결제되기 때문이다.



김포시 장기동 신세계아이앤씨(I&C)에 위치한 '이마트24 김포DC점'의 모습이다. 건물 1층에 위치해 있어 신세계 직원들은 물론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접근이 쉽다. 겉보기엔 여느 편의점들과 다를 바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쇼윈도룸과 같은 통유리창 너머에 깔끔하게 정돈된 진열대가 보인다.

천장에는 고객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30여대의 카메라와 센서가 위치해 있다. 진열대 바닥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고객이 물건을 집어들면 자동으로 무게를 계산해 구매 물품을 파악한다. 해당 점포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Amazon Go)와 시스템이 비슷하다 해서 '한국형 아마존 고'라 불리기도 한다.



아마존 고는 지난 2018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소비자들에게 개방됐다.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를 통해 입장한 뒤 상품을 들면 천장에 달린 카메라와 블랙박스 센서들이 상품을 자동 감지한다. 순간 스마트폰 앱에는 장바구니 목록이 생기고, 매장 밖으로 나가면 앱에 연결된 신용카드로 비용을 청구한다. 물품을 다시 진열대에 놓으면 계산에서 제외되고 반품, 환불도 앱을 통해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완전 무인매장이 국내에서 얼마나 빨리 확산할 지는 미지수다. 구축 및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 결제가 되는 무인 편의점의 경우 초기 구축 비용이 일반 매장 대비 약 5배 더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역시 2018년 '아마존 고' 운영 계획을 밝히며 내년까지 미국 전역에 총 3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문을 연 곳은 4개 도시에 총 17개의 매장에 불과하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확산과 함께 무인 편의점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무인 점포를 늘리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미비한 문제는 차츰 해결될 것"이라며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심야시간대 운영이 가능하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무인 편의점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마트24는 야간 시간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과, 셀프 계산대 및 자판기형 매장 등의 형태로 전국 100여개 매장에서 무인 매장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밖에 CU와 GS25,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계도 전국 4만5000여개 점포에 빠르게 무인 시스템을 적용시키고 있다.

GS25는 '이마트24 김포DC점'처럼 계산대가 없는 미래형 편의점인 '을지스마트점'을 올해 초 을지로4가 BC카드 본사에 개장했으며, 하이브리드 매장을 포함해 총 90여개의 무인 점포를 운영 중이다. CU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중심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150개 점포를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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