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급 위축 부를 '부동산 세금폭탄'

입력 2020-07-14 18:00   수정 2020-07-15 00:07

정부가 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22번째다. 지난 6·17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보완 얘기가 나왔고, 이후 대통령이 장관을 불러 특별 지시를 하고 나서 이번 7·10 대책이 나왔다.

투기의 여지가 있는 것은 모두 막기로 작정한 대책이 지난달 대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 양상은 계속됐고, 애꿎은 피해자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민심마저 들끓었다. 그래서 다시 3주 만에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 이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 경제 위축 우려, 자영업 위기 등 중대한 현안 이슈가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집값을 잡는 것이 최상위 목표가 된 듯하다. 정부가 특정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부동산 세제 강화다. 이제는 모든 부동산 관련 세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된 듯하다. 노무현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인정됐던, ‘거래 관련 세금은 낮추고 보유세는 올린다’는 교과서적 명제마저 다 사라졌다.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제시된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조세징수 실적을 보면, 거래세는 36개 회원국 중 월등하게 높은 1위이고, 보유세는 중간 정도인 18위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대폭 올렸다.

다주택자들에겐 특히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일 것이다. 최고 6%를 납부하게 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최고액을 납부할 경우 몇십 년만 지나면 국가가 집을 가져가는 형태가 된다. 이 정책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킬 가능성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을 통해 집이 더욱 부족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전셋값 급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재산세율이 높은 나라인 미국의 경우,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실효세율이 0.3~3.65% 정도다. 이마저도 소득세를 산정할 때 과세 대상소득에서 재산세 납부액은 공제가 된다.

양도소득세율 인상도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해 최고 70%까지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급한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가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작년 12월에 이어 또 인상한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기본세율이 6~42%인데 다주택자는 여기에다 최고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상당수 선진국에는 양도세가 없거나, 있더라도 한국만큼은 아니다.

양도세 중과에 따라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증여가 급증했고, 매물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불안해지는 단기적 부작용이 이미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는 세율 인상에 따라 투자수익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공급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피해를 보는 건 서민과 중산층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제 제도보완이라는 명목으로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를 폐지했다. 등록임대사업자가 투기의 주범으로 몰리긴 했지만 안정적 임대주택의 공급자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이들에 대한 규제는 향후 공급 위축으로 연결돼 집을 구하기 더 어려운 상황으로 귀착될 수 있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서민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책에서 생애 최초 구입자와 신혼부부 등에 대해 그간 불만사항이었던 점을 일부 해소했고, 소급논란이 일었던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피해가 없도록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얼마 전 서글픈 사례를 들었다. 결혼을 하긴 했는데,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못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부족한 돈은 부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동거한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마저 위협하는 규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는 없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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