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코로나 브레이크' 걸렸지만…소상공인 "여전히 벼랑 끝"

입력 2020-07-14 17:17   수정 2020-07-15 01:16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인 1.5%로 결정된 것은 ‘코로나 브레이크’라는 분석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 상황이 ‘소득주도성장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놨다는 것이다. 인상률 1.5%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5%(130원) 올린 8720원(시급)으로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5% 인상률 산출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0.1%),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합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5%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실업자가 100만 명 이상 쏟아졌던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7%였다.

그럼에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더 낮게 책정된 것은 공익위원들이 외환위기와는 성격이 또 다른 코로나19발 경제위기의 특징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때는 주로 대기업 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근로자가 대량 해고된 반면 코로나19 고용 충격은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 것이 대표적이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미 코로나19 충격을 받고 있는 취약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전이 더 힘들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도 타격을 준다”며 “1.5%라는 역대 최저 인상률은 임금보다 일자리 지키기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5% 인상률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인상률 되레 떨어뜨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던 노동계가 되레 인상률을 더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새벽 1시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공익위원 단일안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위원들은 경영계의 요구안이 지나치게 낮다며 이날 회의에 아예 불참한 상태였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끝까지 협상에 임했다면 1.5% 인상률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대체로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역대 최저 인상률이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동결됐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월 100만원도 못 버는 편의점주들은 월 182만원인 최저임금이 부럽다”며 “코로나19로 벼랑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공익위원들이 대한민국 최저임금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며 근로자위원 총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현/황정수 기자/최종석 전문위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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