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건은 靑 보고"…박원순 사태로 우려 커진 경찰 수사권 독립

입력 2020-07-15 16:25   수정 2020-07-15 16:52


경찰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끝나면 검찰 대신 청와대가 경찰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수사 내용이 청와대를 통해 사전에 흘러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 고소장 접수날 靑에 보고
15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을 지난 8일 저녁 상급기관인 경찰청에 보고했다. 고소인 A씨가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다. 서울청 보고를 받은 경찰청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같은 날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경찰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장·차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판·검사 등이 연루된 사건은 상급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청와대에 수사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경찰은 그동안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주요 사건 등을 보고해 왔다. 2018년에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청와대가 보고 받아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 수사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청와대가 직접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검경수사권조정TF 위원을 맡았던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검찰의 수사지휘가 없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이 완전히 배제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수사 개입 가능성도”
경찰과 달리 검찰은 수사 사안에 대해 보안을 지키는 게 원칙이다. 상급기관인 법무부에도 제한된 범위로 보고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게 보고 받은 내용을 법무부가 청와대에 보고할 수는 있지만, 검찰이 청와대에 직보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에 ‘수사 중단’을 지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3년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 수사 내용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으나, 청와대가 내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고만 받는 게 아니라 보고에 따라 어떠한 액션이 취해진다면 청와대가 수사개입이나 수사지휘를 했단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경찰 독립성은 시작부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수사 내용이 유출될 우려도 있다. 수사 정보가 대통령 비서실에서 샐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이번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두고도 청와대나 여당, 경찰이 이를 박 전 시장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피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고, 경찰은 “청와대에는 보고했지만, 서울시나 박 전 시장에게 알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는 경찰은 15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하고 통화내역을 조사하기로 했다. 박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을 푸는 데 주요 단서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고한석 전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3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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