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도 부동산처럼 규제하라"…풍자 청원 삭제한 靑

입력 2020-07-15 15:19   수정 2020-07-15 15:34


"국민들은 모두 서민답게 치킨 한 마리씩을 시켜먹는데, 소위 돈 좀 있다는 자본가들이 한 번에 두 마리씩 맛있는 치킨을 시켜먹어 제한된 생닭의 물량을 빼앗아 닭의 시세를 올리고,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줍니다. 규제와 더불어 본사의 압수수색,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 등 적폐세력에 대한 합당한 조치와 응분의 댓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한 대처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부작용으로 닭 가격이 대폭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폐청산 지주토벌보다 중요한 게 어딨겠습니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풍자 게시물이 하루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글은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호식이두마리치킨’ 상호를 패러디해 1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는 "청원 요건에 위배돼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지만 "풍자도 못 하느냐"는 네티즌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던 청원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주택을 '치킨'에 비유했다. 다주택자는 치킨 여러 마리를 먹는 '다치킨자', 일시적 2주택자는 '일시적 2치킨'으로 묘사했다.

글쓴이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폭등 원인을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으로만 돌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본가들이 한번에 두 마리씩 치킨을 시켜먹는 건 한달에 한번 치킨을 먹기도 어려운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적폐"라며 "치킨을 못먹어 두 눈이 움푹 들어간 국민들은 다치킨자의 횡포에 죽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정책의 세부 내용을 하나하나 풍자했다. 글쓴이는 “일시적 2치킨의 경우 한 마리를 다 먹은 후 나머지 한 마리를 한 시간 내로 다 먹지 못하면 양도세로 징벌하고, 남은 치킨을 포장해 처자식에게 주는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일시적 2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6개월 이내에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하기로 한 대목에 대한 비판이다.

단기 보유한 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최대 12%까지 물리기로 한 내용에 대해서는 “치킨을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감히 건방지게 또 치킨을 시켜먹으면 취득세 명목으로 닭껍질과 콜라 180cc(콜라 1.5L의 12%)를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고가 1주택을 갖고 있는 은퇴자의 종부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은퇴한 어르신이 간장치킨 등 비싼 메뉴를 먹으려고 하면 밥그릇 자체를 박살내야 한다”고 했고,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 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대해서는 “조정지역 내에서 감히 치킨을 두 마리나 먹으면 날개와 닭목 등을 보유세로 거둬 사회적 평등을 이뤄야 한다”고 풍자했다.

글쓴이는 수요 억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물론 치킨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로 생닭가격이 폭등하고, 부유층 전용 생닭의 가격이 대폭등할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또 “누구나 평등하게 서민답게 개울 안 가재나 붕어,개구리처럼 1인 1치킨으로 살아가게 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규제와 더불어 본사의 압수수색,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 등 적폐세력에 대한 합당한 조치와 응분의 댓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한 대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글쓴이는 글 말미에서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거나 단기 부동산 시세차익을 거둔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도 비판했다. 그는 "규제 시행 전 여권 인사들의 흑석동 치킨 사재기, 반포동 치킨은 냉장고에 넣고 청주 치킨은 음쓰통으로 보내는 등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각각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노영민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15일 오후 2시께 이 청원을 ‘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며 비공개 처리했다. 내용에 특정 상호명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만2000개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을 황급히 삭제한 건 풍자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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