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은행들 '정책펀드 동원령' 속앓이

입력 2020-07-15 17:14   수정 2020-07-16 01:57

중소벤처기업부가 민간은행에 ‘스마트대한민국 펀드’ 투자금을 넣으라고 종용하면서 은행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대한민국 펀드는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조성하는 민관합동 벤처펀드다. 은행들은 “이미 각종 정책펀드에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조(兆) 단위의 투자약정을 했다”며 “정부가 은행 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형 은행이 200억원씩 내라”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기부는 신한 우리 농협 등 대형 은행 투자담당자를 모아 스마트대한민국 펀드에 출자할 것을 요청했다.

스마트대한민국 펀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언급하면서 구체화됐다. 중기부는 추가경정예산 2000억원을 투입하고, 은행 5곳과 크래프톤 넷마블 등 ‘선배 디지털 기업’에서 각각 1000억원을 모아 4000억원의 모(母)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민간 벤처캐피털(VC)과 자산운용사들에 6000억원의 자(子)펀드를 설정하게 해 총 1조원 규모로 키우는 게 목표다.

중기부가 대형 은행 5곳에 요구한 금액은 200억원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중기부가 ‘펀드 참여를 사실상 강제했다’고 불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부가 오는 20일 펀드 출범식을 열기로 못박았다”며 “정부 요구를 거부하면 직간접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커 결국 펀드에 돈을 넣는 방향으로 결론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 취지를 안내한 것일 뿐 참여 여부는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해명했다.

은행들은 ‘단발성’으로 만들기로 한 펀드 규모가 더 커질 것도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형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스마트대한민국 펀드를 총 6조원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은행이 1차 펀드에 약정한 뒤에도 추가 투자 요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책펀드에 넣을 돈만 각각 수조원
정부는 산업 육성 및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민간은행에 ‘자금 동원령’을 내렸다. 이미 각 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수조원의 자금을 넣기로 약속했다. 대형 은행들은 금융위원회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핀테크혁신펀드’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여러 정책펀드에도 약정했다.


정책펀드에 투자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수시로 정부 투자 요구가 있다 보니 은행이 미리 마련한 독자적인 벤처투자 및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지기 일쑤다. VC 관계자는 “정책펀드는 정책목표가 우선이다 보니 철저히 사업성을 검토하는 민간 펀드보다 수익성 면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3~4년 전부터 벤처업계에 정책자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기업가치 평가에 거품이 끼고 바이오시장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또 다른 정책펀드를 내놓으면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은행 등에 대한 펀드 출자 압박이 잦다 보니 이미 조성한 펀드 자금을 정책펀드로 갈아끼우는 ‘꼼수’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정책펀드에 동원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정부의 출자 압박이 연기금과 공제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황정환/김대훈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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