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한 단지가 통째로 팔린 사연은? [집코노미]

입력 2020-07-16 14:03   수정 2020-07-16 14:09


서울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아파트가 통째로 팔렸다. 단지 전체가 한날 한시에 거래됐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동 ‘삼성월드타워’의 모든 주택형이 지난달 중순 실거래를 마쳤다. 학동사거리 인근에 들어선 이 단지는 11층, 46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다. 1997년 입주했다.

‘통매수’를 한 건 사모펀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이 단지를 통째로 사들였다. 매입가는 총 420억원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 단지를 리모델링해 분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사업비 800억원가량이 들 전망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주변 여건에 맞춰 단지 고급화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후속 절차를 마무리하고 2년 뒤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가 빌딩이나 유통점포가 아닌 아파트를 사들인 건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임차인을 새로 맞추거나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개발이익을 목표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부동산 전문 디벨로퍼들의 영역인 시행에 가깝다.

자산운용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변칙적인 전략까지 등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출신인 민경남 KN프로퍼티즈 대표는 “운용사가 200곳이 넘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핫 에셋’도 부족해진 상태”라며 “난도가 높은 특수 사례가 등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개발·재건축과 비슷한 절차대로 이뤄진다. 주민들이 조합을 꾸린 뒤 시공사를 선정하고 안전진단과 구청의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소유자가 한 사람이라면 총의를 모을 필요가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개발사업은 보통 주민 의견을 모으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만큼 이 과정이 생략되면 사업 기간도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수평이나 수직증축은 어려울 전망이다. 2종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이 최대 25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단지의 용적률은 330%대로 현행 법정 기준을 넘는다. 하지만 낡은 집을 개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관측이다. 7호선과 분당선 강남구청역을 끼고 있는 데다 논현동과 삼성동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드물기 때문이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기존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명도 절차가 남았다. 가구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세입자의 협조가 없다면 계획된 개발 일정을 맞출 수 없다. 당·정·청이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도 걸림돌이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원할 경우 계약 갱신을 강제하는 게 골자다.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면 2년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세입자 한 명 때문에 철거가 1년 가까이 밀린 전례가 있다”며 “명도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개발이익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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