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中 기업, 홍콩증시 돌아오는 이유

입력 2020-07-16 18:07   수정 2020-07-17 00:15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데도 홍콩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15일에도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0.01% 올랐다. 홍콩보안법이 본격 시행된 이달 들어 항셍지수는 4.32% 뛰었다.

주요국 증시에 비해 홍콩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저평가돼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국유펀드를 동원해 홍콩 증시 부양에 나선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하지만 시장에선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으로 향하는 中 IT기업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IT 기업들의 홍콩 증시 2차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작년 11월 홍콩에서 2차 기업공개(IPO)를 통해 110억달러를 조달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과 IT 기업 넷이즈도 지난달 홍콩에 2차 상장해 각각 38억7000만달러와 27억달러를 모았다.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IPO에 자극받아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홍콩 회귀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 1위 검색포털 기업 바이두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업체 트립닷컴,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등이 하반기 홍콩에서 2차 상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포털기업 시나닷컴은 이달 나스닥에서 상장 철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31개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기업의 홍콩 복귀가 현실화되면 최대 5570억달러(약 669조원)가 홍콩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IT 기업들의 회귀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행을 미국의 압박때문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을 겨냥해 상장 및 회계 기준을 강화하자 이를 피해 홍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콩거래소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규제 완화가 결정적 영향
홍콩거래소는 2018년 3월 상장 규정을 고쳐 대주주가 경영권을 보다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그동안 대다수 중국 IT 기업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은 홍콩거래소 규정 탓에 뉴욕증시를 택했다.

올 들어 홍콩거래소는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차등의결권 적용 대상을 개인 대주주에서 법인으로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5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중 42곳의 대주주가 법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엔 항셍지수에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기업과 2차 상장기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다. 지금까지 이들 기업은 항셍지수에 포함되지 않아 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도 편입되지 못했다. 기준 변경으로 글로벌 자금이 홍콩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을 키우려면 기업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한국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조언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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