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증시에 비해 홍콩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저평가돼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국유펀드를 동원해 홍콩 증시 부양에 나선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하지만 시장에선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IPO에 자극받아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홍콩 회귀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 1위 검색포털 기업 바이두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업체 트립닷컴,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등이 하반기 홍콩에서 2차 상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포털기업 시나닷컴은 이달 나스닥에서 상장 철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31개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기업의 홍콩 복귀가 현실화되면 최대 5570억달러(약 669조원)가 홍콩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IT 기업들의 회귀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행을 미국의 압박때문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을 겨냥해 상장 및 회계 기준을 강화하자 이를 피해 홍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콩거래소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올 들어 홍콩거래소는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차등의결권 적용 대상을 개인 대주주에서 법인으로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5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중 42곳의 대주주가 법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엔 항셍지수에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기업과 2차 상장기업이 포함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다. 지금까지 이들 기업은 항셍지수에 포함되지 않아 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도 편입되지 못했다. 기준 변경으로 글로벌 자금이 홍콩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을 키우려면 기업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한국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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