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서울시, 벌써부터 시정 '흔들'

입력 2020-07-19 18:18   수정 2020-07-20 00:27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박 시장이 생전에 추진했던 주요 정책이 벌써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사수, 강남·북 균형 발전 등 박 시장이 주도한 ‘시정 철학’은 외부 압박에 좌초 위기다. 다섯 명의 부시장 체제 구축과 같은 굵직한 정책들도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민생경제특별위원회와 기후생태특별위원회 등 서울시가 도입하려던 특별위원회 설립이 백지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의 결재 문서가 박 시장에게 올라갔지만 결재하기 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사실상 위원회 설립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5부시장’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김병관 전 국회의원을 민생경제 부시장으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을 기후환경 문제를 전담하는 부시장으로 앉혀 현재 3명의 부시장에 더해 5부시장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다. 또 박 시장과 이태수 꽃동네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공동 위원장을 맡는 포스트코로나 기획위원회도 신설할 계획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권한대행 체제에서 큰 폭의 직제 개편을 추진하긴 쉽지 않다”며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된 이후에나 조직 개편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박 시장 사망 후 외부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은 그린벨트 정책이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철학을 유지하며 그린벨트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정·청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해도 국토교통부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강하게 주장하던 ‘개발이익 광역화’ 정책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박 시장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통합 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공공기여금을 강북과 나눠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토부와 강남지역 자치구 등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서울시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부재로 동력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시장이 전국 최초로 추진하겠다던 공공의과대학 설립도 표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업계를 설득하고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박 시장 지시로 오는 8월 말 열리는 서울시의회 임시회 통과를 목표로 4차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서 세 차례에 걸친 추경 편성으로 예산을 한계치까지 끌어 쓴 상황에서 공격적인 4차 추경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기존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지만 국·실별로 세부적인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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