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간봤나"…그린벨트 해제 무산에 주민들 '부글부글'

입력 2020-07-20 16:07   수정 2020-07-20 16:09


“기대감만 높여놓고 또 무산됐네요. 어제까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오늘 오후 들어선 한 건도 없습니다.”(서울 서초구 우면동 Q공인 관계자)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무산되면서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에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겼다. 그린벨트 해제 시 개발효과로 인한 집값 상승을 예상하던 주민들의 기대 심리도 가라앉았다.

20일 총리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정치권에서 서울 내 주택 공급의 일환으로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공론화하면서 해제가 유력시되는 지역 일대 집값과 땅값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가 무산되면서 호가가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초구 내곡동 A공인 대표는 “그린벨트 인근 땅 소유자들 중 상당수가 최근 계약을 파기한 경우가 많다”며 “계약 취소 후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려보려는 생각이었는데 그린벨트 해제가 무산됐으니 땅을 팔기가 어려워졌다며 후회하는 땅주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W공인 관계자도 “최근 며칠 새 최대 3억까지 호가가 올랐는데 다시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정치권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실망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세곡동 소재 공인중개사 양모씨는 “주민들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라는 이슈거리를 가지고 간을 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정책 방향이 일관되지 않아 괜히 며칠새 가격만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수서역 근처 E공인 대표도 “과거에도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몇번 있었지만 다 무산됐다”며 “확실하지 않은 사안으로 지역을 들쑤시기만 하니 주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정 관계자들의 설왕설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가는 “택지 개발 계획은 발표 전까지 비밀에 부쳐져야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데 정치권에서 일관되지 않은 시그널을 흘린 탓에 시장만 불안해졌다”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감만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군골프장이 있는 서울 노원구 태릉 인근 아파트값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방침은 철회했지만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태릉 군 골프장(그린벨트) 일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m²는 현재 최대 9억원선까지 호가가 뛰었다. 7억5000만원에 일주일만에 1억5000만원 가량 값이 뛴 셈이다. 택지 개발 후보군 가운데 군 시설은 성남·88·뉴서울·태릉골프장과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은평뉴타운 인근 군부대 등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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