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지노믹스, 자회사 설립하는 까닭

입력 2020-07-21 17:49   수정 2020-07-22 01:24

국내 바이오업계에 자회사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 유치가 유리한 데다 질환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최근 섬유증 전문 자회사 마카온을 설립했다. 마카온은 크리스탈지노믹스로부터 신약 후보물질 ‘CG-750’을 도입했다. CG-750은 정맥주사 제형의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마카온은 이를 경구제로 바꿔 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한다. 회사 관계자는 “치료제가 없는 섬유증 신약은 시장성이 큰 분야”라며 “마카온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신약 후보 ‘CG-549’의 네덜란드 임상 1상을 최근 마쳤다. 미국에서 임상 2a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CG-549의 임상 1상을 했으나 알약을 6개 동시에 복용해야 해 환자 불편이 컸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임상에서는 알약 수를 2개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항암제 등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섬유증 후보물질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운 데 이어 추가로 자회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제넥신, 헬릭스미스, 노브메타파마, 마크로젠 등도 국내외에 자회사를 세웠다. 바이오벤처가 자회사 설립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마카온은 자금을 100% 외부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투자 유치가 더 자유롭고 쉽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더 쉽게 투자하려고 자회사 설립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두 곳의 출범을 준비 중인 헬릭스미스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후보물질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경험을 살려 모회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창업 생태계를 꾸리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자회사 노브메타헬스를 두고 있는 노브메타파마의 이헌종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흔한 모델인데 한국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기존 기업이 후보물질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업을 내세우면 가치도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신약 개발의 기본인 기초연구보다 자금 조달이라는 ‘젯밥’에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바이오기업은 규모가 작다”며 “한데 모아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데 이를 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대학, 연구소 등에서 적응증과 원리가 서로 다른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자회사 설립 전략이 유용하다”면서도 “그런 통로 없이 자회사가 모회사와 유사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그친다면 이점이 없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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