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무일지 쓰고 종일 일했다면…자원봉사자도 근로자"

입력 2020-07-22 10:38   수정 2020-07-22 10:42

전일제로 근무일지를 쓰며 무료 봉사 업무 이상의 일을 한 자원봉사자는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성남시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1월 성남시 주민자치센터 자원봉사자로 위촉돼 시설물 관리 등의 업무를 했다. 2013년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을 총괄 관리하고, 회계업무에도 투입됐다.

업무가 늘어나자 기존에 받던 하루 2만원 자원봉사자 수당 이외에 12만~60만원 가량의 수당도 종종 받았다. 근무 방식은 오전·오후 2교대에서 전일제로 바뀌었다. 매일 근무일지를 써서 주민센터 총무 주무관에게 확인도 받았다.

A씨는 2015년 12월 자원봉사자로 재위촉이 거부되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고, 해고 시기도 서면으로 미리 통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성남시에 A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복직했지만 근무시간은 전일제에서 하루 4시간으로 줄었다. 경기지방노동위는 성남시에 구제명령 일부 불이행을 이유로 800만원의 이행강제금도 처분했다. 성남시는 이행강제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경기지방노동위의 손을 들어줬다. 성남시가 A씨를 복직시켰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이전 업무를 모두 맡기지 않았다며 이를 '원직 복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A씨가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에 근거해 채용된 만큼 전일제로 일했다고 해도 자원봉사자로서의 지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경기지방노동위의 이행강제금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이 무보수 자원봉사 활동의 범위를 벗어났고, 주민센터 측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주민센터가 A씨에게 근무 장소와 시간을 정해주고 근무일지도 작성하도록 한 점, 추가 업무 대가로 수당을 지급했다는 점 등에서도 A씨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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