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현금 많으면 대주주에 과세?…간주배당세에 기업계 반발

입력 2020-07-23 07:00   수정 2020-07-23 08:28



정부가 '2020 세법 개정안'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율이 80%가 넘는 기업이 유보금을 많이 쌓으면 최대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개인이 '유령회사'를 설립해 소득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개인 유사법인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안그래도 코로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내 유보금을 많이 쌓았다고 대주주에 세금을 부과하는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개인 유사법인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대부분의 비상장 기업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산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기업이 유보금 쌓아두면 대주주에 세금 문다
기획재정부는 22일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개인 유사법인의 주주'에 대한 과세 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적용대상은 특정 법인의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다. 이 기업의 유보소득이 적정 수준을 초과하면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적정 소득은 유보소득과 잉여금처분에 따른 배당 등을 합한 금액의 50%다. 다만 향후 배당간주금액을 주주에게 실제 배당했다면 이미 과세를 한 만큼, 중복 과세는 하지 않는다.

기재부는 "법인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점을 활용해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려고 '1인 주주 법인' 등을 세우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개인사업자와의 세 부담 형평을 고려해 개인유사법인과 그 주주에 대한 과세체계를 보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인 유사법인에 대해 최근 몇년간 법인 성실신고 확인제도, 업무용 자동차 증빙 강화, 접대비 한도 인정규모 축소 등 일련의 조치를 해온 것의 연장선상이다.

기재부는 "일본·미국 등도 개인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법인을 통해 주주가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는 사례를 방지를 위해 이와 비슷한 과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상장사, 벤처 기업들 불이익 받을 수도
문제는 비상장 중소기업들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80%가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사업특성 등을 감안해 과세 제외 대상 법인을 시행령에 따로 규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업계에선 과세당국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 개인 유사기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내에 돈을 많이 쌓아뒀다는 이유로 자칫 일반 중소기업 대표들까지 무더기로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려고 하고 있는데 이를 세금 회피로 단정할 수 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다른 나라들은 법인세를 낮추는 등 투자 진작책을 내세우는 데 우리 정부는 유보금이 많은 기업에 '페널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강제하려는 모양세"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내유보가 줄어 자기자본 확충이 둔화되면 '부채비율'이 악화된다는 점도 기업들에 부담이다. 1990년 도입됐던 기존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 역시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해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밀려 2001년 폐지된 바 있다.

기업계에선 정부가 기업의 현금 유동성 대신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유보 정도를 따지는 것도 문제로 꼽고 있다. 기계 설비 등에 투자하느라 당장 돈이 없는데도 소득금액이 많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배당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강주배 케이텍스 대표 세무사는 "이 개정안대로라면 매년 소득의 절반을 배당으로 강요하는 셈"이라며 "법인과 개인은 엄연히 법 실체가 다른데다 법인이 배당 안하고 남겨둔 소득을 배당으로 보겠다는 시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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