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효자'들 덕에 몸값 높이는 SK그룹

입력 2020-07-22 17:23   수정 2020-07-23 02:59

요즘 증시에서 SK그룹이 화제다. SK바이오팜으로 공모주 열풍을 불러온 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사업이 가시화됐다는 소식에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은 어떻게 바이오의 새로운 강자가 됐냐”는 질문도 나온다. 2대에 걸쳐 미래를 보고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코로나 백신기지로 거듭난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자회사로 둔 SK케미칼은 22일 가격제한폭(29.97%)까지 치솟으며 23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지가 될 것이란 기대에 매수세가 몰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1일 장 마감 이후 보건복지부,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ZD1222’의 국내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자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이 지분 98.04%를 갖고 있는 자회사다. AZD1222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빨리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코로나 백신 중 가장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셈이다.

임상에 성공하면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 업계에선 ‘제2의 씨젠’으로 불린다. 다만 후발주자들이 쫓아올 수 있는 진단키트와 달리 백신의 경우 기술 격차가 5년 가까이 벌어져 있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으로 AZD1222의 원액을 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생산하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세계에 공급한다.
그룹 전체가 ‘들썩’
SK케미칼 지분을 33.47% 보유하고 있는 SK디스커버리도 상한가로 직행했다. SK디스커버리는 SK와 별도 지분 관계가 없는 독립 지주사로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40.18%)다. 하루 새 1만650원 오른 4만6250원에 마감했다. 두 회사의 우선주도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로 뛰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SK케미칼 등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케미칼의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상향한다”며 “이번 계약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분기부터 초기 물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 2종은 9월에 임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SK바이오팜에 이어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등 생명과학 3총사가 동시에 국내 증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SK그룹의 시가총액도 급증하고 있다. 2010년 말 58조5706억원이던 그룹 전체 시총은 2015년 77조2349억원, 올해(7월 22일 기준) 135조4930억원까지 치솟았다.
2대의 장기투자
시장에서는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덩치를 키웠다. 바이오는 인수가 아니라 SK가 직접 일궈낸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태원 현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은 그해 7월 “선경그룹은 제약 부문을 그룹 주력 사업의 하나로 육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약 부문 육성을 위한 장기투자계획’을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최종현 회장은 그해 SK케미칼(당시 선경인더스트리) 내에 의약사업본부를 신설하고, 1993년에는 미국 뉴저지에 SK(주) 바이오연구센터를 세웠다. SK가 섬유와 석유사업에 주력할 때였다. 최 회장은 이들 사업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바이오 투자를 독려했다. 당시 한국은 신약의 볼모지와 다름없었다. 10년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참모에게 최 회장은 “20~30년은 걸릴 것”이라며 시간을 충분히 갖자고 말하기도 했다.

1998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최태원 회장도 제약바이오 투자를 이어갔다. 2002년에는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독려했다. 비전은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것이었다. 2020년 이 비전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SK 내부에서도 “2대에 걸쳐 30년 넘게 투자한 제약·바이오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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