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만 빠진 'n번방 방지법'…악질 유포자 영영 못잡을까

입력 2020-07-23 11:17   수정 2020-07-23 11:27


성범죄 촬영물을 차단하는 'n번방 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2일 처음 공개됐다. 개정안은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 등 연 매출 10억원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성범죄 촬영물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했으나, 정작 n번방 사건의 핵심인 텔레그램이 빠져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지정하고 인터넷 사업자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개정안은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하는 사업자로 웹하드 사업자와, 이용자가 공개된 정보를 게재·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방통위가 지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이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년 내 불법 촬영물 등 관련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가 대상이다.

국내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보배드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인벤' 등이 포함된다. 연매출 10억원 미만이라도 성범죄 촬영물이 자주 올라와 시정 요구를 받은 업체도 대상이기 때문에 향후 성범죄 촬영물 유포·확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앞으로 △상시적 신고 기능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하는 정보 게재 제한 △불법촬영물에 대해서는 필터링 조치(DNA DB) 등을 취해야 한다. 또 불법 촬영물 관련 책임자를 지정하고 이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 제출의무 등도 져야 한다. 관련 내용을 위반하면 불법 촬영물이 유통된 서비스의 매출의 100분의 3 이내의 과징금 또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단속의 범위를 '이용자가 공개된 정보를 게재, 공유하는 서비스'라고 규정하면서 폐쇄형 메신저 등에 대한 단속에 허점을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 같은 곳에서는 제재가 가능하지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는 이용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한 불법 영상물 유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제3자의 접근 가능성을 고려해서 단속 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해설서를 통해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사업자가 이용자의 사생활과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는 금지 대상이다. 헌법 제 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행령은 정작 n번방 범죄가 일어난 텔레그램을 제재하긴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텔레그램 사업장 소재지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전 세계 약 4만명에 이른다. 텔레그램 비밀 대화는 전달 기능이 없고 일정 시간 후 메시지를 자동 삭제할 수 있다. 최적화된 암호화 기술로 강력한 보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텔레그램 측도 이용자 개인 정보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히 보호하는 입장으로 '제2의 n번방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방통위 측은 수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텔레그램은 소재지가 파악되고 있지 않아 처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계속해서 규제 집행이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 유포되는 성범죄 촬영물에 대해서 최고 계정 영구 정지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성매매, 조건만남 등 유해 단어에 대한 금칙어 데이터베이스를 사전 구축해 채팅방 이름이나 닉네임에 해당 단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어할 것"이라며 "특히 음란, 도박, 성매매 등 불법적인 내용인 경우 1회 신고라도 영구이용 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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