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샤댐 붕괴주까지…해도 너무한 테마주, 결국엔 여지없이 무너졌다

입력 2020-07-23 15:48   수정 2020-07-23 15:51

유령이 주식시장을 떠돌고 있다. 테마주라는 유령이. 모습은 계속 바뀌지만 흐름은 매번 같다. 이슈가 발생하면 작은 이유라도 찾아 테마를 만든다. 이를 주도하는 일부 세력이 주가를 띄우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달라붙는다. 열기가 식어갈 쯤 개미들에겐 손실 폭탄이 떨어진다. 이를 만회하려고 개미들은 또 다른 테마를 찾아 길을 떠난다. 대부분은 파국의 길이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정치인·북한·미중갈등 테마주에 더해 최근엔 구충제·산샤댐 붕괴주까지 테마주도 진화를 거듭하며 개미들을 꼬드기고 있다.
◆산샤댐 붕괴주까지 등장
비료·농약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대유는 23일 8.84% 오른 1만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산샤댐이 최고수위까지 10m를 남겨두며 위험하다는 소식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일명 '산샤댐 붕괴주'다. 홍수가 발생하면 농업지역이 침수되면서 추후 비료와 농약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테마주로 엮인 주요 논리다. 이날 비료 업체인 조비가 장중 11% 넘게 급등한 것도 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식시장을 흔든 또 다른 테마주는 희토류다. 유니온(29.87%), 티플랙스(15.67%)등이 희토류 테마주로 올랐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테마다. 희토류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해 전기·전자·광학·초전도체 등에 폭넓게 쓰이는 전략 자원인데 주요 생산국인 중국이 이를 미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희토류 생산업체나 대체자원 생산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실제 희토류 관련 또는 희토류 대체 자원 관련 실적을 유의미하게 내는 관련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갈등이 불거지면 뜨는 또 다른 테마주는 대두주다. 중국의 미국향 대두 수출길이 막히면 대두 가격이 떨어지면서 샘표 등 간장 생산업체의 원재료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원재료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구충제 테마주도 최근 새롭게 떠올랐다. 인천 정수장 유충 사태로 인해 수돗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충제 복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했다. 예를 들어 지난달 8410원으로 거래를 마친 화일약품은 이날 1만2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들어 48.63% 올랐다. 조아제약, 명문제약, 알리코 제약 등 중소형 제약사들이 같은 테마로 묶여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구충제 수요 증가는 막연한 기대인데다가 이들 중엔 구충제 생산량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제약사들도 상당수다.
◆테마주가 필연적으로 떨어지는 이유
대북테마, 희토류, 정치인 테마주 등 모든 테마주는 테마가 주목받을 때 뜨고 이후 급격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필연적 흐름을 나타냈다. 이날 이재명 경기도지사 테마주로 분류된 형지I&C(-6.49%) 에이텍(-5.64%), 동신건설(-2.68%) 등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 지사가 대법원서 공직 유지 판결을 받고 난 뒤 크게는 두배 가까이 뛰었던 종목들이다. 아난티 등 대북테마주도 대북 관련 소식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왔다.

테마주가 우상향하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건 테마주의 발생이유와 맞닿아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테마주를 좇는 단타 투자세력들은 관련 정보를 블로그나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에 정리해 뿌린다. 어떻게든 이유를 찾기 때문에 테마와 종목간 연결고리가 허술할 때가 많다. 정치인 테마주는 사내 이사가 대학 동문이거나 정치인 고향에 사업장을 두기만 해도 오르는 식이다.

단타 세력은 미리 관련 종목을 사둔 뒤 후발 주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들 세력이 다른 테마주를 찾아 탈출하면 '폭탄 돌리기'는 시작된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테마투자가 한두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유튜브와 카카오톡 공개채팅방 등 주식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테마주 정보에 대한 노출 빈도도 높아졌단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주에는 대부분 실적과 무방한 불명확한 기대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치솟은 주가가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윤상/전범진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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