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 기술匠人 뭉쳐 첨단 신제품 뚝딱…정부 프로젝트 수주 '메이드 인 문래' 저력 과시

입력 2020-07-23 15:13   수정 2020-07-23 15:15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상황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금속가공 장인들의 요람인 서울 문래동에선 곳곳에서 협동조합 등 단체를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13개 기업 대표들이 모인 협동조합정수는 다기능 스탬핑기를 비롯해 신제품 10여 종을 개발하고 있다.

낡고 좁은 골목에서 쇠 깎는 소리가 들리는 서울 문래동은 기술장인들의 요람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기업인들은 대개 30년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다. 1000여 개의 작은 공장이 몰려 있는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금속가공 소공인 밀집지역이다. 작업 분야는 선반 밀링 프레스 용접 설계 전기 전자 열처리 목형 주조 사출 등 다양하다.

이들은 통칭 ‘마치고바(동네공장)’로 불린다. 일본말이다. 지금도 이 지역에선 일본어가 많이 통용된다. 금속을 잘라낸 부스러기는 기리꼬, 도면대로 철판이나 두꺼운 종이·가죽을 따내는 것은 도무송으로 불린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대표적 기계인 ‘톰슨’기의 일본식 표현이다.

경기가 어떤지를 묻는 질문엔 “요즘은 기리꼬가 많이 나오질 않네요”라고 간단히 답한다. 금속부스러기가 별로 없다는 것은 일감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곳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일감이 더 줄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곳곳에서 협동조합이나 단체를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단순 임가공으론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나만의 완제품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중 한 곳이 협동조합정수(이사장 김의찬 정수메이커 대표)다. 정수메이커 화인레저 아심테크 우정용접 등 13개사 대표들로 구성됐다. 김의찬 대표(57)는 목형과 3D 프린팅 등을 하는 기업인이다. 화인레저 황인수 대표(61)는 전기 전자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허정범 아심테크 대표(55)는 선반 밀링 등으로 금속을 가공하고 기계부품을 제작한다.

협동조합정수는 프로젝트별로 3~5개 업체가 팀을 구성해 작업한다. 그동안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제품은 10여 종에 이른다. 여기엔 방산부품을 비롯해 모종을 심기 위한 초소형 굴삭기, 수동식 제초기 등이 들어 있다. 골프연습장용 무동력 골프공 공급기도 있다. 정부 기관으로부터 방산제품 5건을 개발해달라는 의뢰도 받았다. 정수메이커와 화인레저는 오는 10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인천국제낚시보트캠핑페어에 국제특허를 출원한 낚시용품도 출품할 예정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마술처럼 뚝딱 제품으로 나타난다. 쇠를 자르고 붙이고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김의찬 이사장은 “기존 업종(목형 3D프린팅 금속가공 등)은 그대로 영위하면서 일과시간 외에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들 중 정수메이커 화인레저 아심테크 3개사가 개발 중인 제품이 있다. 신형 가죽불박기다. 공식 명칭은 다기능 스탬핑기다. 높은 온도로 금속을 가열한 뒤 인두처럼 가죽을 지져 이름이나 로고를 새기는 기기다. 가죽공예의 효율을 올려주는 제품이다.

김 이사장은 “종전에 우리가 개발한 제품은 섭씨 영상 180도로 금속을 가열해 가죽에만 사용했지만 이번에 개발 중인 제품은 400도로 가열해 가죽은 물론 나무 테프론 등에도 이름을 새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인 핸드아티코리아에 출품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목형 경력 40년의 기능인이다. 목형은 나무로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요즘에는 3D프린터를 활용해 수지 등을 재료로 금형도 제작한다. 그는 학교에서 목형을 전공하고 목형업체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다 2013년 문래동에서 창업했다. 황인수 대표는 1984년 청계천에서 일을 시작한 뒤 문래동으로 이전했다. 김 이사장은 “매년 한 가지 이상의 신제품을 내놔 ‘메이드 인 문래’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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