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족 골퍼 잡아라"…치맥카페에 버스킹 공연까지

입력 2020-07-23 17:27   수정 2020-07-24 10:18


골프 구력 25년차인 권모씨(58)는 지난 16일 생애 첫 야간 라운드를 했다. 더위를 못 참는 동반자가 야간 라운드를 제안했는데, 내키진 않았지만 거래처 고객이라 거절하지 못한 것. 공을 찾기 어렵고 진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권씨의 걱정은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권씨는 “밝은 조명 덕에 대낮 라운드 못지않아 깜짝 놀랐다”며 “돌아올 때 교통체증도 없어 앞으로도 종종 ‘야간 골프’를 즐길 것 같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올빼미 야간 골퍼
폭염을 피해 야간 골프를 즐기는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이어 코로나19로 탄력근무와 재택근무가 이뤄지며 저녁 라운드가 가능해진 야간 골프족이 크게 늘었다는 게 골프계의 분석이다. 국내 최대 골프 예약 업체 엑스골프에 따르면 지난 4~6월 전국(제주 제외)에서 집계된 야간 라운드 예약은 1만4108건으로, 전년 동기(1만1090건)보다 27.18% 증가했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금요일과 토요일 야간 라운드는 예약이 열리자마자 초고속으로 마감된다”며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은 물론 충청지역의 야간 라운드는 잔여 팀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예약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오후 4~7시대 티오프를 하는 야간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점이다. 대부분 골프장의 야간 라운드 그린피는 주간 라운드의 70~80% 수준이다. 노캐디를 선택하거나 캐디피가 7만~8만원에 불과한 마셜 캐디(운전만 해주는 캐디)로 야간 라운드를 운영하는 골프장을 방문하면 비용이 한 번 더 줄어든다. 선선한 날씨와 퇴근 후 자투리 시간 활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1석 3조’의 장점을 갖춘 셈이다. 인천의 한 골프장 대표는 “코로나 특수로 주간 라운드 예약에서 밀린 골퍼 일부가 야간 라운드로 흘러들어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올빼미족 잡기 나선 골프장들
매출을 늘릴 기회다 보니 야간 영업을 도입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엑스골프 제휴 골프장 가운데 야간 라운드를 운영하는 곳은 지난해 81개에서 올해 86개로 5개 늘어났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야간 라운드를 시작하는 골프장이 등장하고 있다”며 “조명의 질에 따라 인기가 갈리기 때문에 기존 조명을 밝은 LED로 교체한 뒤 그린피를 올리는 것이 업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야간 골프족을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그만큼 더 치열해졌다. 퇴근 후 골프장을 찾는 젊은 직장인을 잡기 위해 오후 4시 시작하던 골프장 티오프 시간을 오후 5시 이후로 미루는 곳도 생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야간 골프 명소’로 꼽히는 인천 스카이72GC 관계자는 “오후 6시30분부터 마지막 팀인 7시30분까지는 대부분 젊은 직장인 골퍼들이 예약한다”고 설명했다.

이색 마케팅도 등장했다. 경기 포천힐스CC는 푸드트럭을 이용한 ‘야경 치맥카페’를 운영 중이다. 세종에머슨CC는 야간 라운드를 하는 골퍼들을 위해 그늘집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정구학 포천힐스CC 대표는 “야간 라운드 이후 식사 등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골퍼들의 의견을 수렴해 치맥카페를 열었다”며 “연습그린 옆 야외 테라스에서 야경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격 할인에 나서는 골프장도 등장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 센추리21CC는 야간 라운드 그린피를 최소 8만원에 내놨다. 경기 남양주CC는 8만9000원, 충남 보령 에스앤골프리조트는 5만4000원부터 그린피를 책정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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