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원격의료,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입력 2020-07-23 18:08   수정 2020-07-24 00:19

일본 원격 의료정보 기업 엠스리(M3)의 성장이 놀랍다. 지난 22일 기준 시가총액이 3조5020억엔(약 35조원)으로 일본 증시 시총 기준 31위를 달린다. 2008년 설립 이후 40배 늘었다. 기업 성장률에선 압도적으로 1위다. 최근 6개월 사이 시총이 1조엔 이상 증가했다. 엠스리는 직원이 470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7000명가량의 의사와 연결한다. 일반 사용자들은 이 회사 앱으로 이들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상담 가능한 질환이 27개나 된다. 물론 약 처방도 가능하다. 집까지 택배로 보내주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엠스리 이외에도 일본에선 원격진료 벤처기업 수십 곳이 창업해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쿄대 의대생들이 의료 관련 벤처에 많이 도전한다는 소식도 있다. 일본 정부가 2015년부터 전개한 원격의료를 향한 규제 완화가 결실을 보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는 올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더욱 규제를 완화해 초진환자들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코로나로 세계 원격의료 급성장
물론 일본만이 아니다. 올해 1월만 해도 주가가 76달러를 오르내렸던 미국 원격 의료업체 텔라독은 6개월 만에 217달러(22일 기준)를 기록해 세 배나 성장했다. 프랑스의 독토립은 팬데믹(대유행) 이전엔 고작 하루 1000여 명이 상담했으나 최근엔 10만 건의 원격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 의료업체 핑안헬스케어(핑안굿닥터)는 팬데믹 기간 가입자가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미래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다.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움직임은 더욱 활기차다. 태국 BDMS는 중국 의료업체와 제휴해 진찰부터 약 배달까지 일괄 서비스하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마련했다. 진찰 후 빠르면 1시간 이내에 자택과 사무실에 약이 도착한다. 인도는 인공지능(AI)이 증상을 진단하는 시스템도 구비했다. 말레이시아 IHH는 8개국에서 온라인 진료를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디지털혁신이 의료경쟁력 좌우
코로나발 원격의료 시스템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진단에서 약 배송까지 일괄 서비스하는 체제다. AI가 원격 모니터링으로 증상을 진단한다. 국경을 넘어 진료하는 경우도 흔해진다. 의료의 개념이 바뀌고 의료 행위 자체도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먹혀든다. 정보기술(IT)이 이제 의사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인구당 의사 수가 적고 지역 간 의료 격차가 큰 곳에 잘 먹힌다. 의료법 체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온라인에 대한 규제장벽이 낮은 국가에서 잘 돌아가기도 한다.

원격의료는 디지털산업 관점에서 큰 혁신이고 도전이다. 기존 산업 시스템을 재편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미국 기술잡지 테크놀로지리뷰에서 뽑은 올해의 젊은 혁신가 35명 중 8명이 의료계에서 나온 것도 그 이유다. 이들은 질병을 빠르고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고, AI를 통해 치매 치료법을 찾기도 한다. 뇌 상태로 센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가도 있다. 아마존이 미국 5곳에 원격 의료센터 20개를 설치한 것도 그런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면서 원격의료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원격의료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앞으로 부가가치 창출이 가장 큰 의료산업이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지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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