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사 멈추고 기소말라"…尹 총장 손 들어준 수사심의위

입력 2020-07-24 22:07   수정 2020-07-25 09:25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멈추고 기소하지 말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의 입장을 절반만 수용한 결과가 나오면서 검찰이 해당 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데 난항을 겪게 됐다. 한동훈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수사팀의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가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 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수사심의위 “한동훈 수사 멈추라”
법조계와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의 위원은 24일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30분께까지 6시간30여분 동안 심의를 연 끝에 과반수 찬성으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멈출 것을, 이 전 기자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한 검사장에게는 ‘수사 중단’(10명) 및 ‘불기소’(11명) 의견을, 이 전 기자에는 ‘수사 계속’(12명) 및 ‘공소 제기’(9명) 의견으로 의결한 것이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과 한 검사장, 이 전 기자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대표 측이 각각 A4용지 30쪽 분량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했다.

이번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의 주요 안건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편지 협박 취재의 공모 여부'였다. 검찰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지난 2월13일 부산지검 차장검사실에서 만나 나눈 녹취록을 통해 이 전 대표에 대한 협박 편지를 공모한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 혐의를 알려달라며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는 이 전 기자의 말에 한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다”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된다”고 대답한 것을 두고 취재를 공모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일상적인 환담이며 공모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대화에서 협박 수단인 편지의 내용이나 발송 시점, 수사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상의가 없었으므로 공모라고 볼 수 없으며 ‘덕담’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의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는 심의위 결과가 나온 직후 “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기자 측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강요미수죄 성립 여부를 잘 가려나가겠다”며 “기자의 취재 욕심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고위직과 공모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검찰과 언론이 유착된 사실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검찰수사심의위는 이 전 대표가 피해자 자격으로 검찰 밖 시민(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지난달 25일 검찰에 요청한 것이다. 현안위는 양창수 심의위원장을 제외하고 15명의 현안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수사심의위원들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한 검사장, 이 전 기자, 이 전 대표로부터 각각 25분간 입장 설명을 듣고 15분씩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진 뒤 격론을 거쳐 표결했다. 위원들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한 말이 ‘취재 독려’인지 ‘공모’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尹 vs 秋 갈등 이어지나
법조계는 검찰의 향후 처분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가 종료된 지 1시간 뒤에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못한 상황임에도 수사심의위에서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과 법원의 이동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취지,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 의결 사안은 ‘권고’일 뿐이다.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수사심의위는 아홉 차례 열렸다. 그러나 검찰은 마지막 수사심의위(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를 제외하고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였다. 가장 최근에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권고 수용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오늘 현안위의 결과를 두고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가는 것은 스스로 부담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열번째 수사심의위의 권고마저 수용하지 않는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미다. 또 한 검사장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을 제시한 만큼, 어느 한쪽은 받아들이고 다른 한쪽은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쪽 다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경우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은 가중될 전망이다.

수사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다시 한 번 갈등을 빚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된 ‘전문수사자문단(수사팀 이외 검찰 내부 자문단) 소집’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윤 총장은 이 전 기자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대검찰청에 진정을 하자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20일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자문단 철회를 건의하며 대검에 반발하자 추 장관은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 보장 및 총장이 손을 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한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으로 '검언유착'을 강하게 비난해 온 추 장관의 입지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추 장관은 코앞으로 다가온 고위급 검찰 인사로 윤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인사는 이르면 다음주, 늦으면 8월 초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은 24일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공모했다고 보도한 KBS 기사와 관련해 성명불상의 취재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KBS는 허위 사실을 제보한 취재원을 밝혀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KBS도 공범으로 보고 향후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처음 고발했던 민주언론시민연합도 피의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23일 검찰에 제출했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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